"어! 벌써 끝났어?"
세팍타크로 더블 남자 예선 A조 경기가 열린 21일 아침. 한국 대표팀 경기를 보기 위해 부천체육관을 찾은 관중들은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토끼 눈이 됐다. 9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과 네팔의 경기가 30분 만에 2-0 한국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나 버려서다. ‘주고 받고 하다가 1시간 정도는 하겠지’ 싶어 여유롭게 경기장을 찾았던 관중들은 한국의 압승이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모습이었다.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경기 시간을 착각해 늦게 도착한 라오스의 몰수패로 힘을 아끼며 결승에 진출하는 행운까지 더했다.
21일 열린 결승 상대는 미얀마. 지난 2010 광저우 대회 결승에서도 발목을 잡은 숙적이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통쾌한 설욕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지만, 120여 개의 클럽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한 미얀마 대표팀을 넘기에는 힘이 부쳤다. 세트스코어 0-2 패배. 하지만 1세트 19-21, 2세트 18-21의 접전이었다.
체육관에는 허탈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가득했다. 관심도 지원도 없는 이 땅에서 싹을 틔운 한국 세팍타크로는 풍파보다 모진 외로움 속에서 힘겹게 꽃을 피웠다.
하지만 그 꽃은 만개하기도 전에 위태로워 보인다. 김영만(28·청주시청), 정원덕(26), 임안수(26·이상 고양시청)로 구성된 남자 더블 대표팀 선수들의 나이는 어느덧 20대 중후반. 이번 대회 '노골드'는 곧 '실업'을 의미한다. 국군체육부대(상무)서 세팍타크로 선수들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이 아닌,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만 한다. 명예 때문도, 복수 때문도 아니다. 생계를 위해서다.
이들은 남아 있는 팀 종목과 레구 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이 두 종목에는 더블에 참가하지 않았던 '세계 최강' 태국이 버티고 있다. 만만찮은 도전이다.
지금까지 이들이 걸어온 길은 기적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큰 기적을 바라봐야 한다. 그 기적을 위해서는 응원이 필요하다. 나아가 힘들게 핀 그 꽃의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한 번쯤 시들더라도 다시 일어서 활짝 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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