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미기자
한 달 전 ‘대리운전 더블관행에 시민들 짜증도 더블’(8월20일 12면) 보도 후 기자의 이메일과 댓글에는 대리운전기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구의 열악한 대리운전 현실을 모른다’,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은 찾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대리운전기사도 시민인만큼 그들의 시각으로 한 달을 지켜봤다.
더블관행은 여전했다. 지난 18일 오후 11시쯤 동대구버스터미널 뒷편에서 일행 4명이 각각 대리운전을 신청했다. 20분 후에서야 기사 한 명이 도착, 일행 차량 한 대가 빠져나간 후 감감무소식이었다. 40분이 지나니 술을 조금 마신 일행이 운전대를 잡을 태세였다. 가까스로 진정시킨 후 ‘더블’을 직접 신청해봤다. 정확히 5분 안에 3명이 모두 도착했다. 기본요금 1만원 대신 더블요금에 대리기사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일행들의 기분도 상할대로 상했다.
그럼 과연 대구의 대리운전 현실이 타 도시보다 열악한가. 시내 기본요금은 서울과 부산 인천 대전 광주 울산 대구 등 7대 대도시가 1만원으로 동일했다. 대리기사가 회사에 내는 돈(콜비)은 좀 차이가 있었다. 대구는 대리운전 요금에 관계없이 1건 당 3,100원이고 부산과 광주, 울산은 3,000원이었다. 대전은 1만5,000원 미만일 경우 2,500원, 이상이면 요금의 20%를 회사에 내고 있고, 서울 등 수도권은 요금에 상관없이 20%가 회사 몫이다.
기본요금을 전제로 했을 때 대구의 대리운전기사는 부산과 광주, 울산보다 건 당 100원을 더 내야 하고, 서울 대전보다 600∼1,100원을 더 물고 있다. 대구의 대리운전회사들이 타 지역보다 기사들의 희생을 더 강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더블요금은 전혀 다른 얘기다. 콜비를 현실화하지 않고 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다. 이는 시민들의 음주운전을 조장, 사고를 유발한다는 차원에서 반사회적이기도 하다.
대리운전회사는 콜비를 현실화하고, 기사들은 ‘더블’이 찍히지 않더라도 음주손님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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