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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방·키스방… 점조직·인터넷 끼고 단속 우롱

입력
2014.09.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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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 대신한 신·변종 업소 극성, 단속 경찰 얼굴·차종 등 꿰고 있어

인터넷선 24시간 성매매 사이트 적발돼도 주소 바꾸고 다시 영업

대구여성인권센터 등 지역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10년째를 맞아 22일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자갈마당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대구여성인권센터 등 지역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10년째를 맞아 22일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자갈마당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19일 오후 9시10분 신림역 7번 출구 앞 번화가. ‘성매매 여성 대기 호실 확보. 5층 계단으로 진입 바람’이란 휴대폰 메시지가 뜨자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이 인근 S오피스텔을 급습했다. 오피스텔 5층 계단에 도착하니 선불폰 2개를 들고 서성이는 실장 A(29)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을 오피스텔 방으로 들여보내고 현금 15만원을 챙긴 참이었다. 경찰이 성매매 장소인 10층으로 올라가 한 방의 문을 열자 성매매 여성 B(23)씨가 당황한 표정으로 단속반을 맞았다. 방 안에는 고객용 수건과 1회용 칫솔, 콘돔, 러브젤 등 성매매에 필요한 물품이 완벽히 구비돼 있었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 음지로 숨은 성매매 산업은 다양한 업태를 양산하며 더욱 진화하고 있다. S오피스텔은 평범한 사무실로 위장했으나 은밀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는 이른바 ‘오피방’이다. 오피방 외에도 키스방, 성인 PC방, 유리방, 대딸방, 귀청소방, 립카페 등 특별법 제정 이후 끊임없이 옷을 갈아 입은 신ㆍ변종 성매매 업소들은 규모를 추산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적발 건수만 봐도 2010년 2,068건에서 지난해 4,706건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고, 올해는 7월까지 벌써 3,620건이나 단속됐다.

10년 전 속칭 ‘끽동’으로 불리던 인천 학익동 집창촌에서 업소를 운영하다 특별법의 철퇴를 맞고 문을 닫은 최모(63)씨는 현재 키스방 두 곳의 사장이다. 그는 “특별법의 효과는 딱 2년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법의 제재를 받는 안마시술소에 투자했다가 단속이 집중돼 금세 영업을 접었지만, 성매매 유형이 다양해지다 보니 업종을 갈아타기 더 쉬워졌다는 설명이다. 최씨는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집창촌 시절보다 8배 넘는 수익을 올린다고 귀띔했다.

음지로 파고 든 변종 성매매 업소들은 점조직과 인터넷을 무기 삼아 경찰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이날 경찰에 입건된 A씨는 “단속은 처음이고 영업하는 방은 한 곳 뿐”이라고 잡아뗐다. 방이 흩어져 있고 고정된 업소가 아니라 적발이 쉽지 않은 점을 간파한 것이다. 관악서 관계자는 “단속에 걸리면 모두 이런 식이다. 영업장이 10층인데 5층에서 접선한 것도 정확한 위치를 알리 않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변종 업소들은 단속에 대비해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구비하고 있다. 주변을 살피는 ‘망원’은 기본. 예약한 고객만 받고, 발신번호표시제한 번호나 일반ㆍ공중전화로 통화를 시도하면 아예 받지도 않는다. 또 업자들이 단속 경찰의 얼굴ㆍ차종ㆍ전화번호까지 모두 꿰고 있어 풍속담당 경찰관은 1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인터넷에서는 아예 24시간 성매매 시장이 선다. 이날 입건된 성매매 여성 B씨 역시 유흥업소 여성들을 상대로 한 E사이트를 통해 일을 시작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Y사이트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온라인 공간으로 이름이 높다. 이날 한 이용자가 ‘강남 풀살롱, 두 당 32만원 3명 모집’이라는 공지를 띄우자 30분도 안 돼 예약이 찼다. 이 사이트는 2년 전 경찰 단속에 걸려 폐쇄됐으나 4개월 만에 주소만 바꾼 뒤 지금도 성업 중이다. 실시간 동시 접속자만 2,000여명을 헤아린다.

경찰청 관계자는 “익명을 담보로 성매매 업소 업주들과 고객을 연결시켜 주는 알선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며 “사이트마다 1,000여개 이상의 업소가 등록돼 있다 보니 일일이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키스방.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키스방.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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