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청 정문인근 수백년 古松
주민들 “이식 약속 어겼다" '할매소나무'도 수세 급격 약화
경북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 신도청 건축 현장 앞 원래 농경지였던 자리에는 마을 수호목으로, 주민들이 해마다 동제(洞祭)를 지내온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경북도 신청사와 바로 뒤의 검무산이 훤히 보이는 자리에서 500년을 지켜온 ‘할배소나무(사진)’, ‘할매소나무’다. 그 오랜 세월을 지역민과 희로애락을 같이 해 온 할배ㆍ할매소나무가 최근 신도청 조성공사가 시작된 지 몇 년 만에 관리부실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
갈전리 원주민과 도청이전추진본부 등에 따르면 신도청 정문에서 100여m거리 농경지 한가운데 불룩한 곳에 50여m간격으로 서 있던 2그루의 소나무 중 할배소나무는 90% 이상 고사했고 할매소나무도 수세가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경북도 측은 2년여 전부터 고사 조짐이 나타나자 몸통에 비닐을 감아 수분증발을 막는 등 나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했으나 허사였다. 크게 세 갈래로 뻗은 몸통 중 2개는 이미 완전 말랐다. 나머지 부분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할배소나무 주변에는 마른 가지를 베어내면서 그 가지를 바치던 버팀대만 횡 하니 서 있고, 바닥에는 베어낸 고사부위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원주민들은 “2011년 경북개발공사에서 한 그루에 1,000만원씩, 2,000만원을 지역주민들에게 보상금조로 지급하고, 두 나무를 신도청 정문 앞에 옮겨 심기로 약속했다”며 “공사차량 먼지와 주변지역 굴착에다 뿌리 주변에 물웅덩이가 생기면서 뿌리가 썩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나무의 역사는 임진왜란 때부터 시작하고 있어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정모(54ㆍ풍천면)씨는 “정식 보호수는 아니지만, 임란 후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한반도의 맥을 끓기 위해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던 중 할매 소나무 옆에 말뚝을 박았는데 그 나무가 뿌리를 내렸다는 전설이 있어 수령 400~500년은 족히 될 것”이라며 “마을 주민들은 두 나무가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고 해마다 정월 대보름 다음날 새벽에 동신제를 지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청이전추진본부 관계자는 “할배 소나무는 거의 가망이 없지만 할매 소나무는 손상이 적어 나무병원 관계자 등에 의뢰해 반드시 살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전본부는 지난 4월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사 안에 있는 나무 중 31그루를 1차로 옮겨 심은 데 이어 내달 말까지 8종 150그루를 이식할 계획이다.
권정식기자 kwonjs5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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