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학생들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보통선거 안에 반대하며 휴업 투쟁을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24개 대학 재학생 수 천명은 22일 오후 홍콩 중문대에서 집회를 열고 일주일간의 동맹휴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설령 반(反)중국 성향 인사라 할지라도 홍콩 행정장관 후보가 될 수 있는, ‘진정한 보통선거 쟁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인대가 지난달 31일 의결한 홍콩 정부의 보통선거 안은 1,200명 규모의 후보 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 2~3명에게만 선거에 입후보할 자격을 부여해 사실상 중앙정부의 입맛에 맞는 ‘애국적’ 행정장관만 뽑도록 했다. 이에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중시하는 시민단체인 범민주파와 대학생들은 “선거 안이 반중국 성향 인사의 입후보를 막으려는 방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집회가 열린 중문대에는 대학생 외에 시민단체 회원들과 중ㆍ고교생도 눈에 띄었다. 일부 중고생은 이번 주중 휴업 투쟁에 공식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학교수와 교직원 약 400명도 대학생의 휴업 투쟁을 지지하는 청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 100여 명은 동맹휴업에 참가한 학생들을 위해 무료 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콩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ㆍHKFS)의 레스터 셤(岑敖暉) 부비서장은 “우리는 이미 (중앙정부에) 순응하기를 거부해 난민이 됐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고 스스로 정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업 참가 대학생들은 23일부터 엿새간 홍콩 정부와 입법회(한국 국회 격) 주변 타마르 공원에서 집회를 계획 중이며 범민주파도 다음 달 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 보통선거 안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문대가 최근 15세 이상의 광둥어 사용 주민 1,006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53.7%가 ‘전인대의 결정을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찬성’ 의견은 29.3%였다.
그러나 응답자의 46.3%는 센트럴 지역 점거를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의 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해 항의 시위 참여에는 소극적이었다. 21.2%는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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