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의혹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의 기사를 번역ㆍ게재한 인터넷언론에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외신번역 전문 매체인 ‘뉴스프로’의 프리랜서 기자인 전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노트북을 확보했다. 검찰이 뉴스의 생산자가 아닌 번역자를 대상으로 수사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지난 8월 보수단체가 산케이신문 지국장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과 함께 번역문을 게재한 기자를 고발한 데 따른 정상적인 수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의 강도나 내용으로 볼 때 논란의 소지가 크다. 검찰은 전씨를 상대로 실제 번역자인 민모 기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뉴스프로의 운영 실태와 이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해외 한인시민단체인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네트워크’(정상추)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번역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난 3월 문을 연 뉴스프로는 그 동안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외신기사를 꾸준히 번역해왔다. 이런 점에서 검찰이 이번 기회에 눈엣가시인 뉴스프로와 정상추를 손보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이 보수시민단체 고발을 계기로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수사를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안팎의 우려가 높다. 월스트리트저널과 국경없는기자회 등 해외 언론과 언론단체들은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 수사와 관련해 언론자유 침해 우려를 제기해왔다. 물론 기본적인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산케이신문 보도가 언론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검찰이 처벌을 전제로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면 언론의 권력비판 기능이 위축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법원에서는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고 있다. 공직수행과 관련한 중요사항에 관해 의혹을 가질 만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게 대체적인 판례다. 외국의 경우 명예훼손은 민사 문제로 국한하지 한국처럼 형사 사건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법조계에서조차 언론자유를 위해서는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7시간 의문의 행적’은 세월호 특별법 논란의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비록 악의적인 보도라 해도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중요 사안이라면 정부는 설득과 해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옳은 방법이다. 지금의 검찰 수사는 선진국의 상식에서 보면 공권력에 의한 위압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은 국가적 망신을 사는 무리한 수사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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