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서 미용실 운영 정민씨...3년째 암협회에 가발용 머리 기부
자연산만 가능해 매년 20명분 전달... "기뻐하며 기부하는 손님들에 감동"
서울 서교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민(35) 원장은 3년째 손님들이 자른 머리카락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전달하는 ‘모발 기부대행’을 하고 있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서다. 어린 환자들은 면역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화학처리 된 인조가발이 아닌 인모로 제작된 가발을 써야 한다. 문제는 인모가발이 비싸다는 점. 그래서 모발을 기증받은 단체가 가발을 제작해 환자들에게 기증하는데, 정 원장은 손님들에게 받은 모발을 이런 단체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정 원장이 이 일을 시작한 것은 3년 전 여대생 손님의 특별한 부탁(?) 때문이었다. 그 손님은 자른 머리카락을 묶어 달라고 했다.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모발 기부’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 학생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전 계속 머리카락을 버렸을텐데… 알고 나니까 그 동안 버렸던 것들이 아깝기도 했고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 원장은 그 때 손님의 이름을 묻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며 지금이라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루에도 수 많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정 원장이지만 이를 모두 기부하지는 못 한다.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모발 길이는 최소 25㎝ 이상이어야 하고 퍼머나 염색 등 약품 처리되지 않은 자연산이어야 한다.
손님들 중 그의 기부 제안을 거절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가 다 좋아하시면서 흔쾌히 기부에 동참해 주세요. 매번 기뻐하시는 모습에 제가 더 감동을 받습니다.”
정 원장이 기부 받는 모발은 한 해 대략 20명분 정도. 가발 한 개가 완성되려면 5명 분의 모발이 필요하다. 주변에 홍보하면 더 많이 모을 수 있을 법도 한데 그는 굳이 권하지 않는다.
“너무 강요하는 것처럼 비춰질 것 같아서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주위 동료들이 기부받은 모발을 갖다 주더라고요.”
블로그도 모발 기부를 위한 그의 주요 창구다. “블로그를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어떤 날은 할머니 한 분께서 찾아오셨는데 길이가 짧아서 아쉬워하시며 되돌아가셨죠. 그런데 1년 후에 기준에 맞게 길러 오셨더라고요. 그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제 머리도 기부 가능한가요?’ ‘어떻게 보내면 되나요?’라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많다.
정 원장은 인터뷰 내내 “부끄럽다”고 했다. “대신 보내드리는 건 쉬운 일이잖아요. 돈도 얼마 안 들고. 기부하는 손님들이 대단하신 거죠.”
정 원장에게 기부란 무엇인지 물었다. “즐거움입니다. 즐거운 일을 하면서 좋은 일도 할 수 있으니 제겐 기부도 즐거움이죠. 일상 속에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입니다.”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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