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파트너의 배신을 막기 위해 수억원대 약속어음을 발행해 서로에게 맡기는 수법까지 쓴 외국계 기업 2곳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오조니아코리아(프랑스계)와 자일럼워터솔루션코리아(미국계)는 수돗물을 오존 처리하는 오존주입설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업체들로, 이 점을 이용해 2008년 2월 한화건설이 발주한 경기 군포시 대야 하수도 민간투자 사업 입찰에서부터 담합을 시작했다. 한 업체가 낙찰을 받기로 사전 합의하면 다른 업체가 고의로 더 비싼 투찰가를 불러 떨어져주는 식이었다. 두 업체는 서로 상대방 업체의 배신을 막기 위해 각각의 대표이사 명의로 5억원짜리 약속어음을 발행해 교환하기도 했다. 상대가 약속을 파기하면 맡아둔 약속어음을 임의 처리한다는 조건이었다. 두 업체는 이런 식으로 민ㆍ관에서 발주한 14건 입찰(350억원대)에서 평소보다 30% 이상 높은 투찰가를 써 내고도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의 담합은 2011년 3월 강북아리수정수센터 오존주입설비 제조 구매설치 입찰을 계기로 깨졌다. 자일럼이 낙찰을 받을 차례였던 당시 입찰에서 사전 합의한 대로 자일럼은 43억9,000만원, 오조니아는 44억2,000만원의 투찰가를 써냈다. 그러나 최종 낙찰자는 설비 생산 능력이 없어 오조니아에서 설비를 사들여 입찰에 참여한 제 3의 업체 ‘파오’였다. 파오는 투찰가 41억2,000만원을 제시했다. 자일럼은 파오의 배후에 오조니아가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두 업체의 밀월관계는 깨졌다. 공정위는 오조니아와 자일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1억9,000만원을 부과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두 업체 법인과 전ㆍ현직 대표이사 2명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전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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