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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돈줄은 후세인 시절 석유 밀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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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돈줄은 후세인 시절 석유 밀매망

입력
2014.09.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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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자금줄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시절에 구축된 석유 밀매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시리아와 이라크 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 밀매를 통해 IS가 하루 평균 100만~500만 달러(10억4,000만~52억원)의 자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IS는 현재 시리아 유전 10개 중 6개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최대 규모인 알 오마르 유전도 포함 돼 있다. 이들은 또 최소 4개의 이라크 유전에 대한 통제권도 확보한 상태다.

이 지역에서의 석유 밀매는 1990년대부터 성행하기 시작해 뿌리가 깊다. 사담 후세인 통치 시절, 유엔이 이라크에 에너지 제재를 시행하자 석유 밀매가 활발해졌다. 이라크에서 생산된 석유를 국경 건너 터키의 암시장에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수많은 석유 밀매 사업가들이 생겼고 이 때문에 많은 밀매업자가 부자가 됐다.

에너지 전문가와 서방 관리들은 IS가 하루 최대 8만 배럴의 석유를 암시장에 팔아 수백만 달러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산한다. 석유는 주로 터키, 이란, 요르단 내 소비자를 위해 험준한 바위산과 사막을 거치는 유통로를 통해 밀매되며, 터키 남부의 레이한리나 이라크 북부의 자코 등 합법적 국경 마을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이처럼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는 보통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구에 있는 정유공장에서 정제된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발레리 마르셀 중동아프리카 에너지 전문가는 “이라크에 대한 에너지 제재가 장기간 지속되며 쿠르드와 이라크 사업가들이 석유 밀매를 통해 시장의 공백을 채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바그다드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지도자들 사이에 지속해온 긴장관계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바그다드 중앙정부가 정부 허락 없는 석유 수출을 금지한 이후 쿠르드 자치정부에서는 최근 수년간 자체 정유시설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을 지역시장에 팔기 위한 판로를 모색해왔다. 이 때문에 쿠르드 자치정부는 자신들이 맞서 싸우는 IS에게서 석유제품으로 정제할 원유를 사들여 궁극적으로 이들에게 자금을 제공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술라이마니야에 있는 아메리칸대학의 에너지 전문가 빌랄 와합은 “IS가 중간상인을 통해 쿠르드의 정유시설에 원유를 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라크 중앙정부가 8개월째 쿠르드 자치정부에 예산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런 불법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 관계자들도 IS의 엄청난 자금이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모금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석유를 끌어올리고 그것을 팔아 벌어들인 엄청난 돈이 유괴, 절도 등 IS의 잔인한 행보에 투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쿠르드 정부는 이라크 이란 시리아 터키 등에서 화물이 통과할 수 있도록 뇌물을 수수한 국경지역 경비원들을 체포하는 등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1,000㎞ 가량의 국경 지역을 단속하기엔 역부족인데다 바그다드가 수입을 원천징수 해 간 이후로 모금액이 엄청나게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르드 자치지역의 셔코 조댓 의원은 “정부는 이 국경지역을 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면서도 “ 쿠르드 내 불황이 만연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IS의 계좌를 추적하거나 이들의 후원자를 쫓아봤자 현금으로 거래되는 모금 구조상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국의 컨설팅업체 메이플크로프트의 보고서는 “IS는 은행 시스템에 의존하는 일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국제적 금융 제재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IS의 커가는 야망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곧 그들의 금융제국을 몰락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IS는 독립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곧 원유 밀매의 모든 과정에 개입하려 할 것이고,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되면 중간매매상들이 차츰 손을 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 암시장을 축소하려는 국제적 움직임이 거세져 IS를 돕는 밀매상들이 가래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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