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자 400m 레이스서 결판
‘추격자’와 ‘도망자’의 피 말리는 레이스를 다룬 다이내믹한 영화 시리즈인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숨은 강자’가 등장하며 아시아 수영의 천하삼분지계를 알렸다.
그 동안 박태환(25ㆍ인천시청)과 쑨양(23ㆍ중국)은 아시아 무대를 넘어 세계 수영을 호령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 쑨양은 2012년 런던올림픽 400m와 1,500m를 석권했다. 자연스럽게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이들의 라이벌 구도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일본 수영의 샛별 하기노 고스케(20)가 200m 우승을 차지하며 판도를 뒤흔들었다.
허를 찔린 박태환과 쑨양은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자유형 400m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반면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건 하기노는 여세를 몰아 2관왕에 도전한다. 박태환과 쑨양은 예선 마지막 조인 3조에 배정돼 결승 진출을 다투고, 하기노는 예선 2조에서 뛴다.
박태환은 400m와 인연이 깊다.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 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2007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더구나 박태환은 올 시즌 400m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당시 3분43초15로 올해 세계 랭킹 1위 기록을 찍었다. 반면 하기노의 최고 기록은 3분43초90, 쑨양은 3분45초12로 뒤처진다.
박태환은 경쟁 상대를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기록 경신에 초점을 맞췄다. 박태환의 최고 기록은 4년 전 광저우 대회 때 세운 3분41초53이다. 비록 전성기 시절의 근력은 아니지만 레이스 운영 능력과 잠영거리, 돌핀킥 능력이 향상돼 기대를 모은다. 관건은 가장 큰 고비라 할 수 있는 250m~350m 구간 기록을 얼마만큼 단축하느냐다.
박태환은 런던올림픽에서 300m 구간까지 쑨양보다 앞섰지만 마지막 100m를 남기고 쑨양의 폭발적인 스퍼트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쑨양은 이 종목 아시아 최고 기록(3분40초14)을 갈아치우면서 중국 남자 수영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런던에서 1,500m까지 석권해 2관왕에 올랐다.
하기노는 올해 400m에서 아시아 수영의 두 거물 박태환, 쑨양의 그늘에 가렸다.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서 하기노는 박태환보다 1초41 늦은 3분44초56으로 2위를 차지했다. 또 박태환이 출전하지 않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쑨양이 3분41초59로 금메달을 획득할 때 3분44초82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하기노는 이번 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사이 박태환과 쑨양을 한꺼번에 ‘물을 먹이는’ 반란을 일으켰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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