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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벽 넘지 못한 '세계순례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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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벽 넘지 못한 '세계순례대회'

입력
2014.09.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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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불참 선언으로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종단만 참석

종교 간 분열과 반목을 접고 600리 구도의 길을 걷자는 취지로 개최하는‘세계순례대회’가 종교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반쪽 행사로 열린다.

오는 27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불교를 제외한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3대 종단의 신도와 일반인 1만여명이 참여하고 이들은 10월 4일까지 7박8일 동안 9개 코스, 240㎞의 순례길을 걸으며 삶의 의미를 돌아보고 종교 간 상생의 바탕을 다진다.

28일에는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자매 결연한 외국 순례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내면의 메아리가 당신에게’란 주제로 포럼이 열린다. 이 포럼에서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프랑스의 사르트르,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을 소개하고 의미를 나눈다. 폐막일인 내달 4일에는 전주전통문화관 일대에서 종교화합 한마당이 개최된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불교계가 불참을 통보해 상생의 의미가 퇴색하게 되었다. 세계순례대회 조직위원회는 22일 “불교계가 최근 올해 대회의 불참을 통보해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3대 종단 지도자와 신도 등만 참가한다”고 밝혔다.

불교계의 불참은 전주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종교 성지화 사업에서 비롯됐다. 종교 성지화 사업은 전주시가 천주교 성지인 승암산(치명자산)에 올해부터 3년간 380억원을 들여 세계평화의 전당을 건립하고 125억원을 투입해 개신교의 근대선교역사기념관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불교계의 성지화 사업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최근 “전북도와 전주시가 특정 종교 편중에 대한 개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 순례길은 각 종단이 2009년 전주-완주-김제-익산을 잇는 240㎞를 연결하면서 ‘아름다운 순례길’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1845년 한국인 첫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가 머문 나바위 성지(익산시 망성면)와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10여명의 순교자가 묻힌 천호성지(완주군 비봉면), 불교문화의 정수인 미륵사지석탑(익산시 금마면), 호남 최초로 1893년 설립된 서문교회(전주시 다가동), 신라 말기에 창건된 송광사(완주군 소양면) 등으로 이어진다.

이들 성지에서는 신부, 목사, 교무 등 각 종단이 깨달음을 전하는 ‘종교 교류의 장’이 마련되고 일부 교회와 절에서는 숙박도 할 수 있다. 성지를 잇는 중간에서 가람 이병기 생가와 강암 송성용 기념관, 최명희 문학관, 한옥마을, 만경강 갈대밭, 제남리 둑길, 고산천 숲 속 오솔길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순례길 선포 이후 전국에서 해마다 1만명 정도가 이 길을 찾고 있다. 신도는 물론 일반인의 발길이 이어지자 문화재청은 이곳을 2010년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 길’로 지정하기도 했다.

김수곤 조직위원장은 “세상 모든 사람은 인생의 미로와 고통의 바다에서 진리를 찾아 헤매는 순례자일 것”이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로 다른 종교의 상생과 화합을 위해 탄생한 순례길을 걸으며 진정으로 하나 되는 사회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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