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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배우·몽환적 무대 장치... 업그레이드 된 레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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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배우·몽환적 무대 장치... 업그레이드 된 레베카

입력
2014.09.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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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때 검증된 로맨스 스릴러...탄탄한 구성은 그대로 유지

영화기법 활용 더 역동적으로... 댄버슨 부인 열연 옥주현 돋보여

옥주현의 열연이 돋보이는 뮤지컬 ‘레베카’는 탄탄한 기승전결구조와 동화 같은 무대연출로 초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옥주현의 열연이 돋보이는 뮤지컬 ‘레베카’는 탄탄한 기승전결구조와 동화 같은 무대연출로 초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레베카’의 주인공은 레베카가 아니다. 심지어 단 한 장면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당연히 캐스팅된 배우도 없다. 그럼에도 ‘레베카’라는 제목은 이 뮤지컬의 주제를 관객에게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작품의 메시지가 기억과 잔상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레베카’는 죽은 전 부인 레베카의 잔상을 안고 사는 남편 막심 드 윈터와 맨덜리 저택에서 레베카의 체취를 지우지 않으려는 집사 댄버스 부인, 막심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을 스릴러와 로맨스로 엮어낸 극이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원작 소설과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뮤지컬로 재탄생 시켰다. 지난해 국내 초연 당시 뛰어난 작품성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던 만큼 올해 재연 뮤지컬 중 팬들의 기대를 가장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6일 막을 올린 ‘레베카’는 명불허전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무대장치, 넘버(음악), 연기, 스토리 등 초연의 탄탄한 구성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배우들의 투입과 과하지 않은 특수효과의 추가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은 단연 무대장치다. 극 초반과 후반 ‘나’의 독백과 함께 무대 앞에 설치된 화이트막(반투명 막)위로 그림이 그려지면 그 뒤로 극의 배경이 되는 호텔과 저택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거나 사라진다. 이로 인해 ‘레베카’ 무대는 동화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효과를 낸다. 동시에 ‘내’가 그리는 그림으로 극의 시작과 끝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뮤지컬의 주제인 ‘기억’과도 맞닿아있는 연출이다. 극 후반 맨덜리 저택이 불타는 영상은 무대 뒤에 설치된 스크린에 영화의 줌인 기법을 대입하는 등 초연에 비해 훨씬 더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무대활용 능력도 뛰어나다. 극 중 막심의 누나 베아트리체가 홀로 등장하는 장면은 무대의 오른쪽 4분의 1만 활용하고 남은 공간은 모두 여백으로 뒀다. 이 불안정한 구도를 통해 관객은 동생의 신경이상 증세를 우려하는 누이의 불안한 심정을 함께 느끼게 된다. 저택 배경의 뒷공간에 어정쩡하게 걸려있는 액자 역시 등장 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로 읽힌다. 반면 ‘나’와 막심이 처음 만난 몬테카를로 호텔, 이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해변 등은 안정된 구도로 배경을 꾸몄다.

스토리의 기승전결도 뚜렷하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소설과 영화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언뜻 당연한 듯 생각되지만 각색과정에서 탄탄한 원작을 망치는 뮤지컬이 많은 탓에 ‘레베카’의 스토리는 오히려 빛을 발한다.

상대적으로 굵고 낮은 음색의 댄버스 부인과 가늘고 높은 음색의 ‘내’가 대비돼 극의 균형을 잡는다. 전체적으로 현악기 중심으로 꾸려진 음산한 음악들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푼수캐릭터 반 호퍼 부인이 나올 때면 재즈풍의 음악이 흐르는 등 넘버의 완급조절도 뛰어나다. 마치 음악이 영화의 클로즈업 기능을 담당하는 듯하다.

커튼콜에서도 꼿꼿한 댄버슨 부인으로 관객에게 인사하는 옥주현은 이제 가수보다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린다. 수 차례의 여우주연상 수상에도 따라다녔던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사라질 듯

보인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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