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사와 한의사가 TV홈쇼핑에 출연해 건강기능식품을 내놓고 추천하면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본보 8월 12일자 18면).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TV홈쇼핑에 출연해 “체지방 감량 부담없이 시작하세요”라며 노골적으로 광고했던 의사 C씨를 주의 처분했다. 본보의 지적에 당국은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한의사 3명을 자제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일부 TV홈쇼핑에는 여전히 의사 등이 출연해 건강기능식품을 팔고 있다. 의료인 단체도 이런 몰염치한 행위로 비난을 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한 주방세제 제품을 추천했지만 이 제품의 산성도가 정부 기준을 초과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추천 대가로 2004년부터 21억7,000만원을 받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껌ㆍ치약ㆍ칫솔을 추천했는데 이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의료인의 건강기능식품 추천 행위가 실정법 위반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수의사ㆍ약사ㆍ한약사ㆍ대학교수 등이 제품의 기능성을 보증하거나 제품을 지정ㆍ공인ㆍ추천ㆍ지도 또는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표시 광고’하는 행위를 허위 과대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의사ㆍ한의사가 방송에 출연해 어떤 제품을 내놓고 추천하면 아무래도 의심을 덜하고 믿기 쉬워 소비자들이 현혹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가를 내세운 광고를 소비자가 쉽게 믿기 때문에 이런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도 “건강기능식품은 말 그대로 식품일 뿐 질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의료인들이 전문가로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TV홈쇼핑에서 버젓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소위 ‘스타 의사들’의 처벌은 여전히 먼 듯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상 품위손상을 들어 1년 이하의 면허 자격 정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허위ㆍ과장 광고로 이런 처분을 내린 적이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관 부처가 여러 군데 걸쳐 있어 허위ㆍ과장 광고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해명이다. TV홈쇼핑에서 건강기능식품을 내놓고 광고하는 의료인을 적발하기 어렵다는 말을 초등학생이라도 납득할 수 있을까.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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