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 대신 차별화된 맛 승부, 스페셜티커피 매장 속속 문 열어
기존 커피전문점 일부 매장도 가세, "커피 값 올리려는 꼼수" 지적도
커피시장에 소위 ‘제 3의 물결’이 일고 있다. 바로 ‘스페셜티커피’ 바람이다. 인스턴트 커피 붐이 제 1의 물결이라면,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전문점의 원두 커피를 중심으로 한 제 2의 물결을 넘어 커피의 고급화가 제 3의 물결인 스페셜티커피다.
스페셜티커피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엄격한 분류기준을 적용해 재배부터 수확, 생두 신선도, 수분율 등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상위 10%에 드는 고급 원두를 사용한 커피다. 스페셜티 인증을 받은 원두를 여러 종 섞기도 하지만, 인증 원두가 한 종이라도 들어가면 스페셜티 커피로 부른다. 그만큼 원두의 혼합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보통 4,000원대인 일반 커피보다 10~20% 가량 비싸다.
국내 커피시장은 커피믹스를 위주로 한 인스턴트 커피가 대세를 이루다가 1999년 스타벅스가 서울 신촌 이대점으로 처음 상륙하며 원두커피 붐이 일었다. 여기에 스페셜티커피가 표준화된 맛이 아닌 맛과 향, 생산지, 가공방식을 따지면서 차별화된 맛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SPC는 지난 7월 스페셜티커피 전문점 ‘커피앳웍스’를 강남역 SPC스퀘어에 문을 열었고, 지난주 서울 광화문우체국 1층에 2호점을 개장했다. 이 곳은 스페셜티커피로 인정받은 생두 가운데 상위 7%의 최상급 원두를 사용해 뜨거운 물을 원두에 내리는 드립커피와 고온, 고압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에스프레소커피를 제공한다. 가격대는 5,000원 안팎이다. SPC 측은 “파스쿠치라는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있지만 보다 특별한 커피를 찾는 고객들을 겨냥해 스페셜티커피로만 제공하는 직영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제분이 운영하는 아티제도 최근 커피 전 제품을 스페셜티커피로 바꿨다. 아티제는 스페셜티커피 원두 생산지와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혼합해 들여오는 점이 특징이다. 가격은 기존보다 200원씩 높여 아메리카노는 4,500원, 카페라떼는 5,000원에 판매한다.
커피유통 전문브랜드 어라운지도 지난달 미국 스페셜티커피 브랜드 ‘메트로폴리스 커피’를 국내에 들여왔다. 어라운지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 북유럽에서 이미 스페셜티커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올해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1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커피전문점들도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스페셜티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일부 매장에서 스페셜티커피 원두를 사용한 ‘리저브’ 코너를 만들었는데 가격이 대략 6,000~7,000원으로 비싸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도 서울 가로수길 등 일부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원두와 추출도구를 고를 수 있는 스페셜티커피를 선보였다.
이밖에 서울우유도 1년여 준비를 거쳐 스페셜티커피 원두를 선별해 만든 ‘스페셜티 카페라떼’를 지난 3월 말부터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시선이 고운 것 만은 아니다. 커피 고급화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추가로 커피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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