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길은 ‘왕좌 수성’…정진선, 이라진은 ‘2인자의 반란’
남자 펜싱의 에이스 구본길(25ㆍ국민체육진흥공단)이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구본길은 21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김정환(31ㆍ국민체육진흥공단)을 15-1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에서 각각 쑨웨이(중국), 람힌충(홍콩)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온 구본길과 김정환은 국제펜싱연맹(FIE) 랭킹 1, 2위답게 명승부를 펼쳤다. 한 번도 4점차 이상의 리드가 나오지 않았고, 13-13에서 구본길이 두 번의 공격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2003년 오성중 시절 펜싱을 시작한 구본길은 2006년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와 2년 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개인전 1위를 휩쓸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0년에는 튀니지 그랑프리 개인전 2위, 마드리드 월드컵에서 개인전 1위를 차지하는 등 성인 무대에서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키가 180㎝인 구본길은 몸집이 큰 체구의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데다가 빠른 발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침없는 성격대로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며 상대를 몰아붙이곤 한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 사상 최초의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저돌적인 경기 운영 때문에 한번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최근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4번이나 1위에 올랐다.
구본길이 왕좌를 수성했다면, 2인자로 오랫동안 머물렀던 정진선(30ㆍ화성시청)과 이라진(24ㆍ인천 중구청)은 ‘반란’에 성공했다. 정진선은 20일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박경두(30ㆍ해남군청)를 15-9로 꺾었다. 이라진도 여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26ㆍ익산시청)을 15-11로 눌렀다.
정진선은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꼬박 11년이 걸렸다. 6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유력 후보에 꼽혔다가 8강 문턱을 넘지 못해 찾아온 슬럼프, 그리고 은퇴 고민 등의 악몽 같은 시간을 견딘 끝에 간절히 바라던 금빛 메달을 손에 쥐었다.
그 간 김지연의 그늘에 가렸던 이라진도 저돌적인 돌파와 날카로운 역습, 군더더기 없는 마무리까지 완벽한 경기력으로 김지연을 압도해 2인자의 설움을 훌훌 털어냈다. 이라진은 “메이저대회에서 (김)지연 언니를 처음 이겼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정진선과 이라진은 23일 단체전에서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인천=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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