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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량과 세월호, 그 희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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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량과 세월호, 그 희망과 과제

입력
2014.09.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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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1,750만명을 훌쩍 넘는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는 등 올 여름 폭발적인 인기와 사회적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연일 뉴스 초점이 되고 있다. 굳이 태풍에 비유하자면 마치 지난 2012년 한반도 남해안을 초토화 시켰던 초대형 태풍 ‘볼라벤’을 연상시킨다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과거에도 이순신 장군의 희생적 삶과 그 분이 임진왜란 기간 보여 준 우국충정은 각종 문화 예술의 테마로 자주 등장 하곤 했으며, 우리는 그 때마다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실제로,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는 장군의 동상이 서 있을 정도로 한국민들의 정서와 떼낼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이순신 장군과 그 영화에 대한 많은 해석이 각종 언론 매체에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심지어 초중고교생은 물론 일반인들의 역사 현장체험 교육까지 현격히 늘어나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그분의 영웅적 삶과 리더십이 회자됐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명량 해전이 벌어졌던 울돌목과 세월호 참사 장소인 진도 앞 바다가 멀지 않다는 점, 그리고 사고 현장에서의 일련의 수습 과정 및 결과가 ‘명량 열풍’의 원동력이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두 사건은 42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발생했지만, 이 중심에는 완전히 상반되게 발현된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 존재하고 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유사한 업무나 임무라 할지라도 성공적인 리더십은 상황 및 시대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위기의 순간에 발휘되는 리더십은 직무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 보다는 몸에 배인 윤리관 및 가치관, 그리고 희생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세월호 사고의 경우, 당시 선장은 젊을 때부터 배와 함께 생활 해 온 전문 항해사였으며, 선원들도 전문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 준 행동은 실망을 넘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온 국민들이 애태우며 지켜봤던 긴박했던 그 순간 그들 가슴속에 직업에 대한 가치관과 윤리관, 희생적인 자세가 좀 더 스며들어 있었다면 결과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두 사건 당사자들의 신분은 서로 다르다. 명량해전의 지휘자는 이른바 국가 공무원이라할 수 있는 ‘군인’이었고 세월호의 지휘자는 민간인 신분인 선장이었다. 또, 해상전투와 여객선 침몰이라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리더십 대상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ㆍ평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리더들의 행동이 대비되는 까닭은 위기의 순간에 당면했을 때 한 명은 지휘관으로서 희생적인 자세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투에 임해 승리를 쟁취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선장으로서의 갖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직업윤리를 망각하고 배를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올 여름 영화 ‘명량’을 소재로 불거진 이순신 장군에 대한 높은 관심은 시대상황에서 비롯된 일시적 사회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모두가 충무공 이순신 같은 영웅이 될 수 없고 모든 일에 승리만 할 수는 없을 지라도 국민적 영웅을 존경하고 그의 삶을 되새기고 흔적을 찾고 느끼려는 국민들의 높은 관심만으로도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본다. 반면, 돈과 명예, 권력 그리고 성공을 위해 이기는 기술과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오늘날, 기본 윤리관 및 가치관 형성은 어떻게 형성해야 할 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윤리와 가치는 인생 항로에서 필연적으로 만날 위기의 순간마다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하는 해법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고광섭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해상운송시스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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