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지평선] 기왕지사(旣往之事)

입력
2014.09.21 20:00
0 0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실크로드와 한류로드’라는 최근 강연에서 “한류가 지나간 자리에 최종적으로 남을 것은 뭘까”라는 재미있는 질문을 던졌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시청자를 사로잡고, 욘사마의 ‘겨울연가’가 일본에 한류를 일으켰다. 인천아시안게임 성화 최종 점화자 이영애의 ‘대장금’이 이란의 TV 시청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유투브 조회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덧없는 인기 뒤에 남을 것은 한국 식당이란다.

▦ 일본이 인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 자동차를 필두로 전자제품까지 세계시장을 휩쓸 때다. 전자제품 거리였던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는 관광객이 돈을 쏟아 붓는 곳이었다. 여행객들 손에는 ‘코끼리 밥통’ 하나쯤은 들려있었다. 일본 배우기가 유행이었고 일본 식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유학생들까지 일본으로 몰렸다. 영원할 것 같던 일류(日流)가 남긴 흔적 역시 일본 식당 정도라고 한다.

▦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고대 로마의 흔적으로 얼핏 목욕탕, 대리석, 마차가 달리던 홈파진 길 등이 떠오른다. 활발했던 고대 동서양 문화교역의 흔적은 실크로드라 하겠다. 그런데 기업의 흔적은 뭘까. 전두환 정권 시절 해체된 국제그룹이 소유했던 용산 국제빌딩은 지금 LS용산타워로 남아있다. 김우중의 대우그룹은 서울역 맞은 편의 대우빌딩을, 삼미그룹은 한때 한국의 랜드마크였던 삼일빌딩을 남겼다. 기업은 사라져도 상징물은 남아있는 것이다.

▦ 현대차그룹이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는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차지했다. 무려 10조5,500억원을 써낸 것으로 3.3㎡당 4억3,879만원에 달한다. 한 평 가격이 아파트 한 채 값이니 금싸라기 땅임이 분명하다. 항간에서 ‘무리수’ ‘전략의 실패’ ‘승자의 저주’ 등 불안한 시선이 많다. 하지만 기왕지사, 생각해보면 요해 못할 바 아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백년대계를 보고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겠단다. 세계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각국의 요지에 사들인 매장 덕택에 큰 자본수익을 올린다. 이 참에 한국을 대표하는 시원한 랜드마크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