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감원장 실무진에 지시, CEOㆍ사외이사 등 자격요건 강화
과도한 연봉 체계도 손질 예상
낙하산 근절 안하면 실효성 없어
주 전산기 교체 문제로 촉발된 ‘KB금융 사태’가 한국 금융의 낙후된 민낯을 드러내면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재편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금융지주사와 계열사간의 역할 정립, 금융지주사 회장의 절대 권력 제한,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의 자격요건 및 보수 제한 등 전방위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는 상황.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금융지주사 갈등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지배구조 시스템 전반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실무진에 지시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번 KB사태는 지주회사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조속히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게 최 원장의 지시”라고 밝혔다.
우선 경영진 편에 서서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사외이사진의 구성을 다양화해 이사회의 실질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KB금융 사외이사진의 경우만 보더라도 서울대 경영ㆍ경제학과 출신이 9명 중 8명에 달하는 등 인맥 편중 현상이 극심하고 전문성이 떨어져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 이에 따라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협의 하에 인력풀을 만들고 매년 이사회의 재신임평가를 하는 내용의 모범규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CEO의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내용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 회장을 포함한 CEO의 자격기준 및 후보추천절차 등을 명시해 선임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 역할에 비해 과도한 연봉 체계에도 또 다시 메스가 가해질 전망이다. 최근 이사회로부터 해임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을 포함해 KB, 신한, 하나, 한국씨티 등 4개 금융지주 회장의 상반기 보수 평균은 16억원으로 하루 보수가 약 1,300만원에 달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금융노조, 국민은행 노조 등도 지배구조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주사 회장이 행장을 겸임해 지배구조를 간소화하고 리더십을 갖추는 한편 이사회 역시 직원 대표, 공익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계 고위 인사는 “벌써 십수년째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며 “아무리 제도가 바뀌어도 낙하산 관행 등이 뿌리 뽑히지 않는 한 크게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