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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은 왜 기후변화 표준을 바꾸려 하나

입력
2014.09.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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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래는 인류에게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일부는 불안 심리를 이용해 떼돈을 벌거나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대중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큰 돈을 번 걸로 따지면 10여년전의 ‘Y2K 문제’가 대표적이다. ‘2000년을 컴퓨터가 00년으로 인식해 오작동하면, 1조 달러 규모의 대재앙이 올 것’이라는 공포가 1999년 세계를 휩쓸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Y2K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일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2000년 1월1일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IT업체는 “철저히 준비한 덕분”이라고 주장했으나, 대부분 보통 사람은 ‘속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비슷한 일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1815년 6월19일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로스차일드 가문이 주도한 ‘워털루 투기사건’이다. 영국은 당시 나폴레옹군과 워털루에서 전투를 벌였는데, 로스차일드 가문은 웰링턴 공작이 승리한 걸 하루 먼저 알아냈다. 그들은 기쁜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대신 영국이 패한 것처럼 공채를 팔아 투매를 부추기고, 헐값(액면의 5%)에 나온 모든 공채를 대리인을 통해 사들였다. 단 이틀 작전으로 번 돈은 2억3,000만파운드인데, 지금 시세로 200조원이 넘는다.

무지한 대중이 똑똑한 일부에게 사기 당한 얘기를 꺼낸 건 24일 예정된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 때문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강력한 온실가스 규제방안을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에어컨과 냉장고에 사용 중인 수소불화탄소(HFC) 계열 냉매를 금지하고, 온실가스 위험이 없는 탄화불화올레핀(HFO) 계열로 대체하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HFO 계열은 가격이 10배나 비싸지만 온난화를 막으려면 그 정도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련히 알아서 결정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조차 반대가 심한 걸 보면 왠지 꺼림직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제의는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2013년 조사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그 신빙성에 갈수록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온난화 회의론’의 반론은 이렇다. 지구 온난화를 예측한 모형과 달리 남극 빙하 면적은 확대됐다는 것이다. 지표 온도가 20세기 후반의 마지막 25년간 화씨 기준으로 0.9도나 상승했지만,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본격적으로 내보낸 마지막 16년은 상승 속도가 훨씬 둔해진 것도 반론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출신의 존 떼온 박사도 “최근 15년간 지구 대기 온도 변화는 거의 없었다”며 “이는 통계적으로는 기후변화라는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손잡고 HFC 냉매 사용을 금지하려는 배경에는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당장 새로운 환경기준을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나 대외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주장이 눈에 띈다. 실제로 HFC를 대체할 만한 냉매를 개발한 곳은 전세계에서 미국 업체인 듀폰과 하니웰 두 곳뿐이다.

국제 사회에서는 표준을 누가 정했는지에 따라 수 십 년간의 판도가 결정된다. 이 곳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영국계 출신의 승진이 유독 빠른데, 2차 대전 직후 IMF로 대거 옮겨 온 영국 출신들이 보고서 양식을 영국 재무부 양식으로 정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존 밀림이 지구의 허파가 아니다. 나무 심는 게 온난화를 심화시킨다’는 연구까지 나온 걸 보면, 기후변화 논쟁의 진실이 뭔지 갈수록 헷갈린다. 다만 미국이 온난화 표준을 만들겠다고 나선 건 틀림없으니, 성급한 대응보다는 추이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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