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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법대로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입력
2014.09.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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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합법 노조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단 9명의 해직교사 때문에 6만명의 조합원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어처구니 없어 보였다.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둔 게 위법이니 전교조가 그 9명을 배제하는 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었을 텐데 전교조는 험한 길을 택했다.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된 이들을 내칠 수는 없다는 명분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에 앞서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전교조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했다. 이어진 법외노조 통보와 교육부의 후속조치는 모두 법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따져보면 납득 안 되는 점이 없지 않았다. 우선 세계적으로 해직교사라고 해서 교원노조 자격을 제한하는 나라를 찾아볼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이 같은 법규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수차례 문제 삼았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도 청년유니온처럼 구직자, 실직자를 모두 포함하는 노조가 이미 설립신고가 돼 존재하고 있다. 유독 교원에게만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노동권(단결권)을 제한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뒤를 이었고, 실제로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이러한 쟁점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위헌법률심판에 올랐다. 6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1심 재판부는 ‘해직자를 배제시키는 것은 교원의 단결권을 제한하더라도 교육 파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공익이 더 크다’는 요지를 밝혔다. 하지만 위헌심판을 제청한 2심 재판부는 “헌법 해석상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은 국민 기본권 신장을 위해 확대해석할 수는 있지만 제한하거나 부정하기 위해 허용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며 문제의 법규가 헌법상 노동권 침해를 의심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법원의 판단이 뒤집어지면 흔히 판결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추정이 나오기 십상이다. 이미 ‘전교조를 봐주려는 진보 성향 판사’를 문제 삼는 반응이 나왔다. 판사들로서는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점이기도 하다. 판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판사들이 학술 목적 외에 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법관윤리강령에 의해 금지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존중해야 할 사법부에 대해서도 비판과 토론을 막을 길은 없다. 우선 법 자체가 불변의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은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지만 사회의 변화와 함께 법도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전교조 사건도 법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1심 재판부는 교원의 단결권 제한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로 1991년 헌재의 옛 사립학교법 합헌 결정을 들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것이 교원노조법이 시행되기 전의 결정이고 그 이후 사회 정치적 환경이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 역사에서 뒤늦게 재심을 거쳐 판결을 바로잡는 일도 적지 않았던 것을 돌이켜 본다면 판결을 되짚어 보는 것은 오히려 사회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또한 법원이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 일이 많아 공방과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 최근 국가정보원 선거댓글 사건에 대해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던 판결이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치적 해석을 100% 믿지 않는 시민들이라 해도 해당 판결이 법의 자구를 기계적으로 적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고, 자연히 다양한 판례들을 비교해 보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분쟁이 격화하면 흔히 튀어나오는 말은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례들을 보면 법대로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법을 통일되게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사법부가 신뢰를 쌓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비판을 자제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활발한 토론이 중요한 일이다.

김희원 사회부장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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