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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재고 12년 만에 최고…우유업계 '한계상황'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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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재고 12년 만에 최고…우유업계 '한계상황' 직면

입력
2014.09.2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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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지분유 저장 한계…공급과잉 이어지면 내다버릴 판

일부 업체 대규모 적자에 감원 등 초긴축 경영

이상 기후에 따른 원유(原乳) 과잉 생산이 장기화하면서 우유업체들이 속속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자발적인 수급조절에도 불구하고 생산과잉 상태 지속으로 제품을 만들고 남은 우유가 넘쳐나 외부에서 임대해 사용하는 창고마저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미 수급 붕괴로 엄청난 손해를 본 유업체들은 조만간 수백억원의 적자를 떠안고 남은 분유를 헐값에 처분하거나 버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분유재고(제품으로 만들고 남은 원유를 말려 보관)는 1만4천896t으로 지난 2002년 이후 12년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6월에 1만5천554t까지 치솟았던 분유재고는 7월 한여름 더위에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줄면서 소폭 감소했으나, 8월 들어 다시 생산량이 늘면서 상승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유 제조업체들은 우유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촉진에 나서거나 우유, 발효유 등의 신제품을 출시해왔다.

그러나 우유 및 유제품 소비는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다.

이마트가 올들어 8월까지 매출을 집계해보니 전체 유제품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 우유 매출은 1.8%, 요구르트 매출은 2.8%, 우유가 들어간 냉장음료 매출은 4.9%가 감소했다.

업체들은 그동안 거래 농가들과 함께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재고 관리에 일부 숨통을 열어 줬던 대중국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남은 우유가 계속 쌓여가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들은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자체 보유한 분유 저장시설은 물론 외부에서 임대한 창고까지 재고물량으로 넘쳐나면서 조만간 재고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A업체의 경우 현재 하루 200t 이상의 잉여 원유가 발생하며 탈지분유 형태로 저장중인 우유는 전체 분유재고의 35%에 해당하는 6천t에 이르고 있다.

약 1천t 규모의 저장시설을 보유한 이 업체는 외부 창고를 임대해 5천t가량의 탈지분유를 추가로 저장하고 있다. 창고 유지 및 보관 비용만 연간 10억원 수준인데, 더는 추가로 저장시설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탈지분유로 만들어 저장해왔지만, 이마저도 유통기한이 다가오는데다 추가로 창고를 확보하기도 어렵다"며 "재고를 헐값에 시장에 내놓거나 내다버리기 일보 직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로 인해 상반기에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300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임금을 동결하는 등 초긴축경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업체는 탈지분유 재고가 작년보다 40%가량 늘어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업체 역시 재고가 내부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면서 외부 창고를 빌려 제품을 저장하고 있다.

C업체도 집유량이 소요량을 10%가량 웃돌면서 매일 재고가 불어나고 있다. 아직 보관시설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계속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되면 외부에서 창고를 임대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에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재고만 쌓여가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낙농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남는 우유를 내다버리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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