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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체 "거래처들 남북관계 경색 탓 대부분 계약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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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체 "거래처들 남북관계 경색 탓 대부분 계약 끊어"

입력
2014.09.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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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보험금 전액 반납… 피해보상금 20억 재가동되자 "반납" 통보 받아 돈 없어 6% 연체이자 물어

발전적 정상화 '먼 길'… 공동위·분과위 개최 지지부진 北, 초코파이 지급까지 금지시켜

16일로 개성공단 재가동 1주년을 맞고 있지만 개성공단의 성장은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 뉴시스
16일로 개성공단 재가동 1주년을 맞고 있지만 개성공단의 성장은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 뉴시스

2013년 9월 16일, 166일 동안 굳게 닫혔던 개성공단 문이 열리고 침묵했던 기계들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과거 하루 4회로 제한됐던 공단 출입이 21회로 확대되고 공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남북 공동 협의기구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한때‘조업 중단’의 시련을 겪은 개성공단은‘발전적 정상화’로 나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그 후 1년, 공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1년 전처럼 고무적이지 않다. 그간 개성공단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직 먼 조업 정상화… 여전히 불안한 입주기업들

재가동 이후 개성공단의 한 달 생산액은 올 6월 기준 3,762만 달러(약 389억원)로, 중단 직전인 지난해 3월 생산액 4,577만 달러(473억원)의 82%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조업 정상화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입주기업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섬유 의류 부문 사정이 낫다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단기 단발성 주문에 불과하고 전자기계나 화학 업종은 회복율이 60~70%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첨단 설비를 갖춘 전자 부품 업체가 일거리가 없어서 근로자들에게 봉투에 풀을 붙이는 작업을 시키는 것이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느냐”며 “전자업체는 거래처들과 장기 계약을 맺는데 남북 관계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과거에 거래했던 업체들도 또 다시 위험 부담을 떠 안지 않으려고 대부분 거래선을 끊었다”고 말했다. 개성공업지구법에 따라 북측 근로자에게 일감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기본급의 70%를 지급해야 하는 탓에 주문량 급감으로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근로자들에게 부업이라도 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단이 재가동되면서 정부의 유일한 피해보상금이었던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금(경협보험금)을 전액 반납해야 했던 입주기업들은 삐걱거리는 남북관계가 늘 불안하다. 공단이 또 다시 중단될 경우, 경협보험금이 손실 보상 장치가 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한 탓이다. 분기마다 250만~300만원의 경협보험금을 내 왔던 모 업체 대표 A씨는 지난해 8월 정부로부터 공단 중단에 따른 보험금으로 20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 뒤 공단이 재가동되자 이 돈을 전액 반납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폐쇄 기간 부족한 운영자금을 메우기 위해 보험금을 대부분 소진한 A씨를 비롯한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 보험인데 공단이 재개된다고 받은 돈을 다시 내놓으라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정부는 규정을 들어가며 늦게 반납하면 3~9%의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A씨는“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은 10억원이 넘는데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0원”이라며 “오히려 보험금 미반납으로 6%의 연체이자까지 물고 있어 세금을 내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경협보험금을 받은 59개 기업 중 A씨처럼 보험금을 반납하지 못하는 업체가 18곳에 이른다.

통일부는 공장이 아예 폐쇄되기 전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도록 기형적으로 설계된 경협보험에 대해 “(경협보험은)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운영되는 정책성 보험으로 일반 보험처럼 손실을 보상하려면 현재 걷어들이는 보험금으론 불가능하다”며 “보험금을 더 거둬들이는 것도 기업이 원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 없는 남북간 분과별 회의… 추방 당한 초코파이

남북이 공단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분기마다 열기로 한 공동위원회와 한 달에 한 차례 개최하기로 한 분과위원회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9월 이후 공동위는 5회, 분과위는 12차례 열렸는데 각각 올 6월과 3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인 인터넷 공급 등 이른바 ‘3통(통행ㆍ통신ㆍ통관) 합의’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전통문을 보내 3통 분과위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가 중지돼야 3통 회담도 재개될 것”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또 지난 7월 휴대폰 반입, 차량번호판 가리개 미부착 등 공단 남측 근로자의 ‘출입질서 위반’사실이 확인되면 기존에는 벌금을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즉각 통행금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규와 남북 합의에는 금지 물품 반입 등 질서 유지 위반에 100달러(약 10만3,900원)의 벌금으로 제재할 수 있을 뿐 통행을 금지할 근거가 없다”고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최근까지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출입 금지 조치를 당한 경우가 17건에 달한다.

북한은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간식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초코파이. 공단 입주기업들은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1인당 하루 2개씩 지급해오던 초코파이를 근로 의욕 증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10개로 늘렸다. 하지만 올 5월 들어 북한은 입주 업체에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주지 말라’고 통보했다. ‘Made in Korea’라고 표기된 한국산 초코파이가 북한 장마당에서 널리 팔리면서 체제 위협 요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초코파이를 시장에 파는 것이 월급보다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 줬기에 근로자들은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시장에 내다 팔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초코파이 대신 간식으로 새로 지급되는 라면이나 율무차, 찰떡파이 등은 상품명과 유통기한 정도만 적힌 ‘무지 포장’상태로 지급해 한국산임을 숨기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남측의 대표 식품’으로 인지도가 높았던 탓인지 초코파이에 한해선 무지 상태로도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완전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재가동 이후에도 조업 정상화는 물론 분과위 논의가 더디고 초코파이 지급까지 금지되는 현재의 상황은 남북 당국간 불신을 해소하지 않는 상태에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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