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이 어제 국회의원ㆍ광역단체장ㆍ전국시도당위원장 합동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당 분열을 수습하고,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 연륜과 의회주의자로서의 정치력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문 위원장은 18일 내정 당시 일성으로 “야당이 잘 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 살려달라”고 했다. 지금 정국은 야당이 살아야 국회가 살고, 나라도 살 형편이다. 그런 면에서 꽉 막힌 정국과 지리멸렬한 야당을 일신하는 데 문 위원장의 인식과 해법은 참으로 중요하다.
문 위원장은 정국 정상화의 걸림돌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와 관련해 “최소한 유족이 양해할 수 있는 안이 나와야 한다”며 “원내대표와 함께 유족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일부 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사회적 논란이 무성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ㆍ기소권 부여 주장을 접는 대신 특검 추천에서 여당의 양보를 받는 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위원장이 “여야가 서로 양보해야 한다”고 한 것만 봐도 이 수준에서 절충을 모색할 모양이다. 그 동안 여야 간, 또 여당과 유가족의 협상을 통해 서로의 입장과 접점을 확인할 만큼 확인했다. 서로가 버틴다고 해서 꼬인 매듭이 풀릴 성질이 아니라는 점을 보더라도 현실적인 접근으로 물꼬를 트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박영선 원내대표의 합의안을 진상규명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거부한 세월호 유가족이나 당내 강경파들을 어떻게 이해시키느냐가 문제다. 문 위원장의 정치력과 설득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동시에 야당 의원들도 세월호 해법에 대한 당내 의견을 최대한 수렴, 지도부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새누리당은 특검 추천과 관련한 전향적인 안을 내놓는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문제와 야당 내분으로 벌써 정기국회의 5분의 1이 허비돼버렸다. 세월호 문제뿐만 아니라 국회 정상화까지 조속히 합의해 낼 방안이 필요한 까닭이다. 지금 박 원내대표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불신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만큼 양당 대표ㆍ원내대표 4자 협의도 심도 있게 고려해볼 만하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이다. 연이은 선거 패배, 세월호 합의 파기와 비대위원장 영입 파동을 거치면서 지도력 부재와 계파 갈등, 개인 정치가 여과 없이 분출됐고 국민의 신뢰는 한없이 추락했다. 야당 발 정계개편설까지 나오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문 위원장이 전당대회가 열리는 내년 초까지 당권 경쟁만 관리하는 범위로만 책임을 한정한다면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자신의 별명 ‘포청천’의 역할을 제대로 하여 계파주의를 혁파하고 당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생산적인 야당,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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