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교육권이 우선 vs 노동권 더 중요...전교조 지위 이젠 헌재 손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교육권이 우선 vs 노동권 더 중요...전교조 지위 이젠 헌재 손에

입력
2014.09.19 18:21
0 0

"해직자 가입 노조 독립성 훼손, 교육 파행 겪으면 학생들 피해"

1심 재판부 교육권에 우선

"헌법 보장 노동권 제한 불허, 두 개 상충하면 조화 모색해야"

항소심은 헌법적 판단 요구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으로 합법노조의 지위를 회복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정훈 위원장(맨 오른쪽)과 간부들이 19일 활짝 웃으며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으로 합법노조의 지위를 회복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정훈 위원장(맨 오른쪽)과 간부들이 19일 활짝 웃으며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유독 교원만 해고되면 노조에서 내쫓는 것은 노동권(단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인가.

해고된 교원이 활동하는 교원노조를 인정하면 초ㆍ중ㆍ고교생들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합법성 여부는 서로 다른 기본권을 다투는 문제가 됐다. 노동자로서 교직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냐, 교사의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냐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더 우선시했다. 해고된 교원을 원칙적으로 노조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해직자 가입으로) 교원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이 훼손되면, 학교 교육이 파행을 겪고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교원노조법 2조에 의해 제한되는 단결권에 비해 이 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이 더 커 위헌적 요소는 없다”고 지적했다. 9명의 해직자로 인해 발생할 교육 현장의 혼란을 예방하는 것이 교원노조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논리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권과 평등권을 더 중요하게 파악하고 헌법적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항소심은 “노조 단결권은 노동3권의 시발적인 기본권이자 전제조건으로 중요하다”며 “헌법의 해석원리상으로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은 국민의 기본권 신장을 위해 확대해석이 가능할 뿐, 이를 제한하거나 부정하기 위해서는 허용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만약 두 개의 기본권이 상충한다면 양립과 조화를 모색해야지, 교육권 보장 때문에 사립학교 교원의 단결권마저 부인할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은 또 교원노조법 2조를 인정할 경우 교원의 평등권까지 침해될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 판단대로라면 (전교조 소속의) 기간제 교원은 계약기간 반복 갱신 시 노조 가입과 탈퇴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며 “교원 특히 공무원도 아닌 사립학교 교원들을 일반 근로자, 교원과 유사한 전문직 근로자라든지, 공공성이 중대한 철도ㆍ항공운수ㆍ수도ㆍ병원ㆍ혈액공급 사업 등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외국에서 해고 교원의 노조가입을 금지하는 입법을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항소심은 아울러 교원노조법 2조 자체가 잘못 도입된 법일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 조항의 기초가 되는 노조법이 ‘해고자는 노조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기업별 노조에만 적용 가능한 조항일 뿐, 산별노조에 해당하는 전교조에는 잘못 적용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2004년 대법원이 “일시적 실업상태거나 구직중인 사람도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고, 해고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인정하지 않도록 규정한 노조법 조항은 기업별 노조에만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한 사실을 들었다.

이 같은 쟁점들은 1심 판결 직후부터 법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돼 왔고, 서로 견해는 엇갈려도 “헌재의 판단을 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들이 다수였다. 신인수 변호사는 “1심이 철 지난 헌재의 1991년 결정을 근거로 교원노조법 2조가 위헌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쳤지만, 항소심이 법률적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전교조에 대한 이념적) 대립이 첨예한 현 상황에서 교육권과 노동권의 우선 순위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쉽게 나오긴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