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뜨거운 피케티 논쟁... 국내외 경제전문가 수십명 격론
‘피케티 논쟁’은 한국에서도 뜨겁다. 이날 열린 ‘1%대 99% 대토론회’에는 국내외 경제전문가 수십 명이 참석해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주장하는 부의 불평등 문제가 한국 상황에도 적용되는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그가 소득불평등 문제를 통계를 바탕으로 증명해 관심을 환기했다는 점에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수긍했지만 일부에서는 한국 경제상황을 해석하는 데는 무리라는 의견을 내놨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 부동산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전 수석은 “한국의 부동산은 비금융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부동산의 감가상각이 크다”며 “따라서 자본을 승계하는 세습자본주의가 미국 등 서구국가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피케티 교수의 주장처럼 세습자본주의로의 회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소득불평등은 고령화 등 여러 가지 사회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단순히 자본 소유로 인과관계를 파악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종일 한국개발원(KDI) 교수는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조기노화를 앓고 있고, 인구분포학적으로도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사회변화 요인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와 소득불균형간의 상관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도 “피케티 이론은 아주 장기간에 걸쳐 적용되는 모델이고 한국은 경제성장 경험이 상당히 단기적인 성격이어서 피케티 교수의 모델을 일대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피케티 교수가 제시한 고소득자 등 자본가에게 최대 80%의 세금을 징수하는 글로벌 부유세 대안에 대해서도 한국에는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신 교수는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심화한 이유로는 중산층의 감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구조 등”이라며 “한국에 맞는 처방은 최상위층에 대한 조치보다 이 두 가지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전 수석도 “피케티 교수는 자본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추천하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손해가 될 수도 있다”며 “더 많은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세금을 부과해 기업활동을 억제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피케티 모델에 부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은 올해 5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소득 대비 자본비율을 계산해본 결과 2012년 기준 7.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소득에 비해 총자본(부동산, 금융자산 등)의 가치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정태인 새사연 원장은 “최근 통계를 보면 국민소득에서 최상위계층이 얻는 소득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며 “피케티 교수의 주장대로 한국이 자본수익률이 세계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고 인구 고령화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정체하면 더 빠른 속도로 부의 집중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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