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독립이 무산되면서 찬반 운동을 이끌었던 앨릭스 샐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향후 처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 부결은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샐먼드에게 언뜻 치명적일 것 같다. 하지만 이미 투표까지 오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역량을 입증한데다 세계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한 만큼 투표에서 져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샐먼드 수반은 2011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약 2년 동안 캐머런 총리에 맞서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다. 유권자들과 한 굳은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내년 5월 실시될 총선에서 승리는 떼 논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보다 자치권을 확대하기 위한 환경도 만들어 놨다. 독립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지난달 5일 캐머런 총리와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 겸 부총리,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 등 전국정당 대표자 3명에게서 스코틀랜드에 자치권과 예산을 대폭 부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만약 독립으로 결정이 났더라면 이후 복지재정, 파운드화 문제 등이 그에게는 더 큰 정치적 악재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떨어져 나갈까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곤 한다”고 말할 정도로 좌불안석이던 캐머런은 투표 결과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캐머런은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았다 뿐이지 그의 바지가랑이는 이미 진흙투성이다.
투표까지 오는 동안 애초 2013년 실시하려던 주민투표를 2014년으로 미루는 정치적인 오판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1년 새 찬성 진영이 스코틀랜드 곳곳에서 공격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며 독립 찬성론이 급부상한 책임이 캐머런에 있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에 약속한 자치권과 예산 확대를 두고도 보수당 내에서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클레어 페리 철도장관 등 결국 스코틀랜드에 뺏긴 것이 많다며 캐머런에 등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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