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회장, 종교인 과세도 찬성… 무게중심 중도 보수로 이동 시사
보수 개신교단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이영훈 신임 대표회장(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이 세월호특별법 논란과 관련,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가진 자가 양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껏 부정적이었던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도 찬성의 뜻을 밝혔다. 앞으로 한기총의 노선 변화 가능성을 예고한 점에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특별법 문제는 누가 크게 양보하지 않는 한 답이 없다”며 “힘 있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힘 있는 사람’이란 청와대와 여당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진의를 확인하는 질문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가진 자는 손해가 없고 힘 없는 자는 다 잃어버리게 마련”이라며 “기독교적으로 봐도 힘 없는 이들을 돕는 차원에서 (유가족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종교인 과세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종교인 면세는 개신교가 사회적 지탄을 받는 원인 중 하나였다. 이 회장은 “세금을 자발적으로 내온 사람으로서 종교인 과세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납세의 의무를 질 수 있는 모든 교회는 납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는 이전 정부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종교인 소득세 원천징수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있다. 이 회장은 “일각의 우려처럼 목회자의 개인 납세가 교회의 세무사찰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공청회를 거쳐 정치적으로 (입법) 처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기총이 극우단체와 함께 구국기도회를 열고 최근에는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를 추진해 ‘극우 딱지’가 붙은 것과 관련해 “기도운동이 회개 운동, 대각성 운동이 돼야지 정치적 목적을 가지면 안 된다”며 “건전한 보수로서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노선의 무게중심을 현재보다 왼쪽인 중도보수로 이동시킬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한기총은 몇몇 대형교회를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다”라며 “말보다 행동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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