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 올 없는 여자 주인공.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여성 암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암환자의 탈모는 화학 항암제의 독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10여 년 전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항암제가 상용화되면서 머리가 빠지는 일은 크게 줄었다. 최근 이보다 더 진일보한 표적 항암제가 나왔다. ‘항체-약물 결합체’가 바로 그것. 기존 표적항암제에 직접 강력한 화학항암약물을 부착하고, 암세포에만 약물이 분리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암세포에만 화학항암약물이 직접 작용한다. 이 시스템은 한마디로 화학항암치료와 표적치료제 장점만을 취한 것이다. 화학항암치료의 독성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높였다.
국내 허가를 받은 항체-약물 결합체로는 한국다케다제약의 애드세트리스(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ㆍ사진)가 있다. 기존 치료에 실패하거나 재발한 호지킨림프종 환자와 전신역형성대세포림프종 환자 치료에 대해 치료효과를 인정받아 2013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하거나 치료에 불응한 호지킨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애드세트리스의 임상시험 결과, 환자의 75%에서 전반적인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고, 34% 환자에서 완전 관해(혈액에서 암세포가 완전 소멸된 상태)를 보였다.
적어도 1개 이상의 치료 이후 재발하거나 불응한 전신역형성대세포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대상자의 86%에서 전반적인 객관적 반응률을, 57%에서 완전 관해를 보였다. 2013년 12월 미국혈액학회에서 발표된 장기간 임상시험 결과, 두 질환 모두 긍정적인 치료결과가 나왔다.
애드세트리스는 이런 임상 효능과 혁신성을 인정받아, 미국식품의약국(FDA) 산하 항암제 자문위원회의 만장 일치로 신속 승인을 받았다. 애드세트리스는 호지킨림프종 치료제로 1977년 이후 유일하게 승인 받았고, 전신역형성림프종에서도 단일 적응증으로 유일하게 허가를 받았다. 또한, 지난해 제약계 노벨상으로 알려진 프리갈리엥상을 수상했다. 주사제로 3주마다 30분에 걸쳐 정맥 내 주입으로 투여하며, 최소 8주기 최대 16주기(약 1년)을 투여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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