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 중화권 관광객 20%... 대형온천行... 동네목욕탕도 북적
중국어 안내문 개시 등 유치전..."체류형 상품 개발 서둘러야"

청결과는 담을 쌓은 것으로 인식되어온 중화권 관광객들에게 대구의 찜질방과 목욕문화 체험이 단골 상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구국제공항이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환승공항으로 지정되면서 대구의 목욕관광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일 대구시와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대구를 찾은 4만4,088명의 중화권 관광객 중 8,000여 명이 대구의 대형온천과 찜질방을, 올해 같은 기간에는 6만3,047명 중 7,700명이 목욕시설을 찾았다. 이는 대형 목욕시설만 집계한 것으로 동네 목욕탕과 사우나 등을 포함하면 이용객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구 동구 신암동 G목욕탕 앞에는 매일 오전 11시30분쯤 되면 목욕을 마친 중화권 관광객을 찾는 중국어 피켓이 진을 친다. 이 목욕탕이 지난달부터 제주도의 한 여행사와 제휴를 맺으면서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 단체 관광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구공항으로 전세기를 타고 입국한 이들 관광객들은 대부분 오전7시쯤 사우나를 찾아 대중목욕탕과 찜질방을 체험하고 식사까지 해결한 뒤 낮 12시 전에 관광지로 옮긴다. 이 업소 관계자는 “오후에 동성로 등 몇 곳을 관광하고 저녁에 서울과 제주도 등으로 이동하거나 하룻밤 묵고 다음날 떠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구 용계동 S목욕탕은 여행사와 특별한 제휴를 맺지 않았음에도 매달 50여 명의 중화권 관광객이 다녀간다. 이들은 대부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대만인들로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업소는 관광객을 위한 1회용 목욕용품을 준비하고 중국어 안내판도 설치했다. S목욕탕 대표는 “지난해부터 중화권 손님들이 생겨났는데 처음에는 찜질방만 좋아하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때를 미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 찜질방과 목욕문화를 체험하는 것으로 중화권 관광객들의 한국관광 일정을 시작한다”는 김정구(43) 화정성여행사 대표는 “대중목욕탕 시설이 우리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은 중국 관광객들이 굉장히 신기해하고 좋아한다”며 “중화권 관광객들이 씻는 것을 꺼린다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이라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해 초부터 찜질체험이 포함된 여행상품을 개발, 전국 여행사들에 홍보하고 있다. 대구시 중국관광객 유치 마케팅 담당자는 “각 여행사를 직접 방문해 이들을 사로잡을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며 “대구~중국 도시 간 전세기 이용자들은 대구에서 입, 출국을 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목욕 상품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가 중국 각 도시 간 전세기운항과 목욕, 찜질방 체험투어로 관광상품을 개척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대구가 아직도 머무르는 관광보다는 스쳐가는 관광도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중화권관광객이 자주 찾는 목욕탕을 이용하는 박모(52·여)씨는 “작은 동네 목욕탕까지 외국인들이 찾고 있는 것 자체가 놀랍다”며 “이들 관광객들이 서울과 제주로 가지말고 대구 경북 근교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관광상품을 많이 개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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