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4명 채용 2년 이후부터 근속 인정... 현대차 임금 등 부담에 항소 가능성
현대차 불법파견 소송은 2004년 노동부가 127개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9,000여명을 모두 파견근로자로 판정해 시정지시를 내린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현대차는 개선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노동부는 이듬해 울산지검에 현대차를 고발했다.
최병승씨 등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노동부의 개선지시를 근거로 2005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100여명이 해고됐다. 90명의 해고자가 불법파견과 이로 인한 사측의 해고를 시정해달라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차례로 패했고,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소송 비용 문제로 15명만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졌다.
그런데 2010년 대법원이 “최씨의 실질적인 고용주는 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차”라고 판결하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그 판결을 근거로 다시 현대차에 정규직 전환 요구 파업을 벌였고, 회사는 1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맞섰다. 결국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현대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3년 11개월만인 18일 현대차 정규직 직원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대규모 소송이 진행되면서 현대차는 아산ㆍ전주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와 지난달 18일 사내하청 근로자 4,000명을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는 데 합의했고, 현재 2,000여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이번 판결로 소송을 낸 사내하청 근로자 994명 중 신규채용으로 각하된 40명과 소 취하한20명을 제외한 934명은 현대차 정규직이 된다. 934명 중 개정 전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시기에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865명은 현대차 정규직으로 간주되며, 법이 개정된 2007년 7월 이후부터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69명은 현대차가 고용의사를 표시할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이들이 당장 현대차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대차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발생할 수천억원의 추가 임금 부담을 감안하면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까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파견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일단은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린다.
또한 개정 파견법이 적용되는 69명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더라도 1인당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현대차가 고용하더라도 이전 근속연수를 인정받을 수 없고, 정규직보다 적게 받은 임금도 보전 받을 수 없다.
이들과 별개로 노사 합의를 통해 정규직으로 특별채용된 근로자들은 하청 근속기간 3년을 원청 근속기간 1년으로 간주하는 대신 모든 소송을 취하하도록 해 이번 판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신규 채용방식으로 입사했기 때문에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에 따른 보전은 없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 과정에서 노사 모두 피해가 컸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이겼다, 졌다라고 볼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이끈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전환 요구 파업으로 인한 3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 받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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