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 '카마로'로 유명
"한국 디자이너들 해외서도 맹활약"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더 좋은 디자인에 대한 배고픔이 어느 나라 출신보다 강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자동차 문화의 불모지라며 한국 출신 디자이너를 무시하던 글로벌 브랜드들도 이런 한국 디자이너들을 높이 평가해 경쟁적으로 영입하면서 한국은 자동차 디자이너 세계의 ‘화수분’이 되고 있습니다.”
이상엽 벤틀리 외관 및 선행 디자인 총괄 책임자는 1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 디자인 분야에서 맹활약 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강점은 열정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벤틀리 플라잉스퍼 V8의 디자인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디자이너는 1999년부터 미 제너럴모터스(GM)에서 일하면서 영화 ‘트랜스포머’에 ‘범블비’로 출연해 유명해진 쉐보레 ‘카마로’를 디자인해 스타덤에 올랐다. 2010에는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의 선행 디자인을 맡았고, 지난해 5월 벤틀리로 둥지를 옮겼다. 이 디자이너는 “21년 전 조소를 전공해 차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는데다,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했지만 미국으로 무작정 날아가 디자인 명문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아트센터칼리지에서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기초부터 배웠다”며 “5명 스승의 도움으로 마른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무조건 열심히 그렸다”고 말했다.
벤틀리는 영국 럭셔리카의 대표 브랜드로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그는 “영국으로 옮긴 뒤 150년이 넘은 고택에서 살면서 영국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각을 공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처음엔 서먹서먹해 하던 50여명의 팀원들이 영국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리더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디자이너는 벤틀리를 ‘지킬 앤 하이드’에 빗대며 “영국인은 무뚝뚝한 듯 보이면서 유머러스 한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데, 벤틀리 역시 럭셔리와 성능(퍼포먼스), 장인정신과 테크놀로지가 공존하는 차”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미국 유럽 등 각국의 디자인 관련 규제가 수백가지로 강화되면서 전세계 차 모습이 비슷해 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선을 최소화하고 면을 키워 여백의 미를 살리려는 벤틀리의 유전자를 지키는 게 디자이너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차들이 차 앞 머리 부분 프론트 벤더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반면 벤틀리는 쇠로 고집하고, 범퍼 없는 디자인을 유지하는 것이 그 예라고 했다.
이 디자이너는 “차 디자인은 책상 앞에서 앉아만 있지 말고 차를 만져 보고 뜯어 보고 차를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틀리는 올 1학기 동안 홍익대와 손잡고 산학협동 프로그램의 하나로 ‘벤틀리의 미래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공동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벤틀리가 영국 이외 나라에서 처음 해 본 산학협동 프로그램이라 본사에서도 큰 기대를 했다”며 “1930년 초호화 열차와 스피드 대결을 펼쳤던 벤틀리 ‘블루트레인’ 모델을 모티브로 2040년을 대표하는 가장 럭셔리한 벤틀리를 디자인하는 과제였는데 디자인에 굶주린 학생들을 여럿 찾을 수 있어 매우 뜻 깊었고 비슷한 기회를 더 만들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디자이너를 비롯 메르세데스-벤츠가 올 가을 중국에 새로 여는 디자인센터장에 내정된 이일환 디자이너, 역시 이날 국내에 첫 선 보이는 포드 ‘올 뉴 링컨 MKC’의 실내 디자인을 총괄한 강수영 디자이너, BMW 4시리즈 쿠페를 디자인한 강원규 디자이너 등 현재 수십 명의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가 글로벌 브랜드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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