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지도 않고 비밀리 진행" 회의 40여분간 중단 소동
TPP 등서 쌀 관세 인하 제외, 고정 직불금 단가 조기 인상 등

새누리당과 정부가 18일 당정협의를 갖고 내년 쌀시장 전면 개방에 따른 조치로 수입 쌀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513%로 산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장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회원들이 난입해 계란을 던지는 등 시위를 벌여 회의가 40여분 가량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당정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찬을 겸한 당정협의를 시작할 무렵, 김영호 전농 회장 등 10여명이 “일방적인 쌀 전면 개방을 중단하라”며 계란과 고춧가루를 던지면서 회의장에 뛰쳐 들어왔다. ‘쌀개방 추진 박근혜 정부 규탄’이라는 플래카드를 든 이들은 당정 관계자들에게 “상황이 이런 데 밥이 넘어가느냐”며 욕설 섞인 항의를 했다. 전농 회원들은 농림부가 전날 밤 쌀 관세율을 513%로 정한 사실을 농민단체와 야당에 미리 알리지 않고 언론 등에 미리 공개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한 전농 회원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이 이보다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예의를 지켜라. 면담을 신청하면 얼마든 만나겠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당장 나가라”고 큰 목소리를 냈다. 이에 김 의장은 “정부는 지난 7월 쌀 전면 개방 선언을 농민과 아무런 대화절차 없이 선언했다”며 “그 이후로도 쌀 관세율을 정하는 문제 등을 농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비밀스럽게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농 회원들은 이후에도 40여분간 항의를 벌이다 정부와 당 관계자들의 설득 끝에 퇴장했다. 일부 여성 회원들은 회의장 바닥에 누워 있다가 고성을 지르며 국회 경위들에 의해 끌려 나가기도 했다.
이후 재개된 회의에서 김 대표는 “대부분의 농민 단체들이 쌀 관세화에 찬성한다고 하지만 소수의 반대 목소리도 들어야겠다”며 “농가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에서 보완 대책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사회가 이런 폭력이 난무하고 질서를 파괴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일이 더 발생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율을 통보한 뒤 본격적인 검증절차를 밟는다. 이동필 농림부 장관은 이날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해 WTO 농업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 수준의 관세율을 결정한 것”이라며 국내 쌀 농가 보호를 위한 쌀 산업 발전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수입 쌀의 급격한 유입을 막기 위해 수입물량이 과거 3년간 평균치의 5% 이상 급증하면 특별긴급관세(SSG)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부정 유통 및 저가 신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수입신고를 받기 전 관세를 심사하는 사전세액심사 대상에 쌀을 포함시켰다. 또 모든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서 쌀을 관세 인하(양허) 품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수입 쌀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책정하더라도 향후 FTA, TPP 협상에서 관세율을 낮추는 등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부터 쌀 고정직불금 단가 헥타르당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조기 인상 ▦겨울 논 이모작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쌀값 하락 시 지급하는 변동직불금 제도 유지 및 보완 ▦농업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및 농지연금 지급 등의 대책도 내놨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경작(50헥타르 이상의 들녘경영체) 확대, 6헥타르 이상 쌀 전업농 3만 가구 유도 등의 조치도 담겼다. 아울러 국산 쌀과 수입 쌀의 혼합 판매와 유통도 금지하기로 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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