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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과 시조에 반한 파란 눈의 작곡가 국악의 맛 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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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과 시조에 반한 파란 눈의 작곡가 국악의 맛 살렸네

입력
2014.09.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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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마루국제음악제 20일까지

해금 협주곡 '버시스'를 연주하고 있는 여수연씨와 지휘자 권성택씨.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해금 협주곡 '버시스'를 연주하고 있는 여수연씨와 지휘자 권성택씨.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부산에서 초연한 파란 눈의 국악 작곡가들은 영어를 쓰면서도 간간이 정확한 국악 용어를 구사했다. 왼쪽이 워맥, 오른쪽이 오스본 교수다.
부산에서 초연한 파란 눈의 국악 작곡가들은 영어를 쓰면서도 간간이 정확한 국악 용어를 구사했다. 왼쪽이 워맥, 오른쪽이 오스본 교수다.

20일까지 부산문화회관 등 부산의 대표 공연장 일곱 곳에서 열리는 제5회 부산마루국제음악제가 ‘국제적’인 것은 해외 유명 주자가 참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름 값에 버금가는 창작 산실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펼쳐진 국악 무대가 그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연악당 680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17일 오후 7시 30분 열린 국악 무대는 외국 작곡가 2명이 세계 초연으로 창작 국악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도널드 워맥(49) 하와이대 작곡과 교수의 관현악곡 ‘하늘 저편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두런두런 굿거리장단에서 칠채 등 갖가지 우리 장단을 보여준 뒤 악기가 하나 둘 합세해 꽹과리를 신호로 폭발하는 빅뱅이었다. 워맥 교수가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국악 워크숍에서 착안하고 2,000년 전의 한국 굿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는 곡이다. 그는 “이 곡에 펑키 리듬까지 교묘히 녹였다”며 “기회가 되면 굿의 전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작곡과 토머스 오스본(37) 교수의 해금 협주곡 ‘버시스(Verses)'에는 해금의 기교가 망라돼 있다. 송익필, 신숙주, 김동연 등 조선 시대 문장가 3명의 시조 영역본을 텍스트로 한 작품이다. 오스본 교수는 “시조에 담긴 자연과 예술의 이미지에 감동했다”며 “한국의 전통 음악에는 풍성한 리듬감, 특유의 장식음 등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의 예로 산조와 사물놀이, 후자의 예로 시김새와 농현 기법을 들었다. 오스본 교수는 지난해 서울대 국악과에서 강의하며 같은 대학 이지영 교수 등과 친분을 쌓고 실내악단인 한국현대음악앙상블(CMEK)과 교류했다. ‘버시스’를 연주한 해금 주자 여수연씨는 “하와이대 민족음악과에 교환 연구원으로 갔을 때 두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며 “부산국악원 측이 연주를 위촉해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오스본 교수는 중국 악기 구정(古箏)으로 가야금을 해석한 ‘스플래시트 잉크’(Splashed Ink)를 다음 작품으로 준비 중이다. 12월 미국 휴스턴에서 중국 주자 셴웡이 초연하는 이 작품은 아쟁 명인인 박대성의 아쟁 산조에 뿌리를 둔 작품이다. 워맥, 오스본 두 사람은 부산국악원에 대해 “믿기지 않는 연주력을 확보한 단체”라며 “기교와 에너지로 우리의 어려운 음악을 척척 해석해낸다”고 평가했다.

부산국악원의 지휘자 권성택씨는 “피난 시절 부산에 개원한 국립국악원이 이 지역에 정통 국악을 보급했다”며 “진정한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서울 등 타 지역 음악인들과 교류하고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국악원은 10월 23일 있을 다음 무대로 동해안 별신굿 음악과 부산 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가곡 등을 준비 중이다.

부산=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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