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결과를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투표의 ‘진정한 승자’로 꼽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독립운동 진영을 이끄는 앨릭스 샐먼드(59)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당수다.
샐먼드 수반은 2011년 총선 당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을 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했다. 주민투표가 부결되면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정치생명에 타격이 온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따져 보면 부결돼도 잃을 것이 없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16일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샐먼드는 승자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17일 “샐먼드도 북해유전의 석유 매장량, 복지재정 부담, 파운드화 사용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도 속으로는 분리독립 부결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신의 분석대로 샐먼드 수반은 이번 주민투표 과정에서 얻을 것은 이미 다 얻었다. 우선 주민투표가 부결되더라도 이를 향후 영국 중앙정부와의 협상에서 더 많은 자치권을 얻어낼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투표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독립 찬성론자들은 샐먼드 수반을 13세기 말 잉글랜드 전제군주에 맞선 스코틀랜드의 민족적 영웅 윌리엄 브레이브하트 월리스에 빗대 ‘21세기 브레이브하트’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전문가들은 샐먼드 수반을 언변과 쇼맨십이 뛰어난 정치인으로 평가한다. 전기 ‘샐먼드:불리함을 무릅쓰다’의 저자인 데이비드 토런스는 “샐먼드 수반은 사실을 증명할 충분한 증거가 없을 때마저도 모든 것을 타당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만드는 특유의 언변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보수당 정부가 인두세를 독단적으로 도입하려고 하자 샐먼드가 1987년 의회 연설을 통해 마거릿 대처 당시 총리에게 “북해 유전 수입이 낭비되고 있다”며 “스코틀랜드는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1990년 SNP 당수가 된 뒤로는 연설에 재담과 스코틀랜드 사투리를 곁들이면서 대중의 호감을 사기 시작했다. 지난해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스코틀랜드 출신인 앤디 머리가 77년만에 영국에 우승컵을 안기자 관중석에서 일어나 스코틀랜드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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