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치가 18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8엔대 중반까지 급락, 2008년 9월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내에서도 굳어지는 엔화 약세 기조로 수입물가 상승, 개선되지 않는 무역적자 등으로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엔화는 이날 오전 10시40분 기준 전날보다 1.22엔(1.14%) 하락한 달러당 108.48∼108.50엔에 거래됐다. 전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미국 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미일 간 금리차이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 엔화 매도세가 집중됐다. 앞서 엔화는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한때 달러당 108.39엔까지 하락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은행이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발언대로 추가 금융완화를 단행할 경우 미일 금리차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엔화가 달러당 110엔대 가까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심상치 않은 엔화가 너무 약세라는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을 의미하는 아베노믹스는 무제한으로 통화를 공급, 엔저로 수출경쟁력을 회복하면 일본 내 생산량을 키우고, 늘어난 생산만큼 임금과 물가가 오르면 내수 경기가 부양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갈수록 늘면서 첫 단추부터 꼬였고 엔저가 부메랑이 돼 필수재인 에너지가격 등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일본의 7월 무역수지는 9,640억엔(약 10조원) 적자로 2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한 후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도 엔저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오사카에서 간사이지방 경제단체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급속한 엔화 약세로 제조단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항의를 받았다. 이 지역은 파나소닉 등 일본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반면 이날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60.84포인트(1.01%) 뛴 1만6049.51로 오전장을 마감했다. 엔화 하락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자동차 등 수출 관련주들 상승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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