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밥을 먹을 때마다 삶의 마지막이 될지도 몰랐다. 식사를 마칠 때마다 개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아직 살아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독살을 막기 위해 음식을 먼저 맛봐야 했던 독일 여성 마르고트 뵐크(96)가 끔찍했던 과거사를 고백했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17일 보도했다. 뵐크는 16일(현지시간) 독일 TV방송 RBB에 출연해 70년 동안 마음에 숨겨뒀던 히틀러와의 악연을 털어놓았다.
뵐크는 히틀러의 음식 검식을 했던 15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그의 동료들은 독일에 진주한 소련군에 의해 모두 총살당했다. 뵐크는 나치 당원은 아니었다. 1917년 철도 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냈고 유대인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1941년 베를린의 아파트가 폭격을 당하고 남편은 징집되면서 뵐크는 어머니의 고향 파르치를 찾았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파르치 인근엔 독일군 동부전선 사령부가 설치돼 있었다. 열성 나치당원이었던 시장에 의해 다른 여성 열 넷과 함께 매일 아침 사령부에 가서 히틀러가 먹을 음식을 먼저 맛봐야 했다.
“히틀러는 채식을 했다. 고기를 먹지 않았다. 우리는 쌀과 국수, 후추, 완두콩, 양배추 등을 맛보았다. 음식을 먹은 다음 1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 시간 동안 몸에 이상이 생길지 몰라 불안했다.”
뵐크는 히틀러를 직접 본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비가 삼엄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한 친위대원에게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1944년 7월20일 발생한 히틀러 폭살 기도 사건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뵐크는 동료 여성들과 벤치에 앉아있다 커다란 폭발음을 들었고 “히틀러가 죽었다”고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전세가 기울고 소련군의 포위망이 좁혀져 오던 1944년 말 뵐크는 한 SS대원의 도움을 받아 베를린으로 탈출했다. 베를린이 곧 소련군 손에 들어갔고 뵐크의 지옥 같은 삶은 다시 시작됐다. 소련군에 끌려가 14일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 충격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1946년 소련군 포로였던 남편이 깡마른 몸으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가려 두 사람은 애를 썼으나 악몽은 둘을 놔두지 않았다. 이혼을 했고 뵐크는 아파트를 홀로 지키며 살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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