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대구시민원탁회의 16일 저녁 세인트웨스튼호텔서 411명 참석
"무엇이 가장 위험한가" 주제 토론, 투표 결과 '안전불감증' 1위
안전도시를 위해 바꿔야 할 것은? '특색없는 관행답습 행정' 1위
16일 오후 7시 대구 수성구 세인트웨스튼호텔 7층 컨벤션홀. ‘안전한 도시 대구를 만들자’는 주제로 열린 첫 시민원탁회의에는 대구시민 411명이 참석, 40여 개의 원탁에 10명씩 앉아 뜨거운 열기 속에 토론과 투표를 이어갔다. ‘대구 시민으로 나는 무엇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주제토론이 시작되자 안덕혁(40)씨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교각이 운전자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크게 늘었다. 시에서 신호체계 조율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발언 후 다른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 메모하다 상호토론에도 나섰다. 무선투표기를 통한 최종 투표결과는 뜻밖이었다. 가장 위험한 것이 ‘안전불감증’으로 집계된 것이다. 정동진(52)씨는 “처음에는 교통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토론을 거칠수록 시민의식이 먼저 개선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아 기뻤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공약을 통해 첫 도입한 시민원탁회의에서 시민들은 ‘안전불감증’이 가장 크게 안전을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사안일 보신행정도 문제지만 기관을 탓하기 전에 시민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선진의식이 대구에서도 자리잡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회의의 주제는 ‘대구 안전을 방해하는 가장 위험한 것’과 ‘안전 도시 대구를 위해 바꿔야 할 것’, ‘안전혁신 우선 사항’이었다. 시민들은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안전불감증’(150명)을 꼽았다. ‘무사안일 행정’(79)과 ‘불경기로 인한 경제불안’(37) ‘치안불안’(24), ‘청소년 안전불안’(22) 등 순으로 꼽았다.
대구 시민의식 중 가장 위험한 요소로는 ‘이기주의’(105), ‘보수적이고 경직된 사고’(100), ‘부족한 준법정신’(85)이 지적됐다. 이찬우(13ㆍ학남중1)군은 “무관심과 이기주의를 가장 위험한 요소로 꼽았다”며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도 우리 또래들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사고’라며 게임만 했다”라고 말했다.
‘안전도시 대구를 위해 바꿔야 할 것’으로는 투표자 372명 중 105명이 ‘특색없는 관행답습 행정’을 꼽았다. 또 ‘형식적인 훈련과 부족한 교육’(78), ‘전반적인 안전의식 미흡’(74), ‘경기침체 지역간 불균형’(56), ‘기관 간 불통’(31), ‘교통사고 위험’(14)이 뒤를 이었다.
‘대구시의 안전혁신 우선사항’으로는 ‘주민간 공동체 안전복원’(70), ‘안전기준 확립’(67), ‘재난 컨트롤타워 구축’(61), ‘기관 및 기업의 안전책임자 질적 수준 제고’(49), ‘다가올 위험요소 대응전략 강구’(41), ‘생애주기별 안전교육프로그램 보완’(36) 등이 지적됐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당초 신청자 400명 중 100여 명이 불참했으나 현장신청자가 몰려 자리를 가득 메웠다.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은 먼저 원탁별로 토론 진행을 담당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부터 무선투표기 사용과 토론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원탁 별로 각자 자신의 주장을 밝히고, 질문과 반박이 오가는 상호토론 후 무기명 투표가 실시됐다. 회의는 예정보다 40여분 정도 늦은 오후 10시10분쯤 끝이 났지만 자리를 미리 뜨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회의에서 “시민들이 원탁회의의 의미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가할 지 가장 걱정됐다”며 “시민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의회는 당초 시민원탁회의가 의회기능과 중복,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고 예산낭비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시민원탁회의 준비위원인 이창용(48)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이날 회의 결과는 몇 명의 전문가가 아닌 수백 명의 시민들에게서 직접 나온 것이어서 굉장히 의미있다”며 “원탁회의의 장점을 시의회와 공유, 정례적으로 회의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배유미 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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