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다 알기 전에 파괴를 먼저 배워"
"쉽게 의사 소통하는 효율적 新문화"
인터넷의 등장 이후 ‘한글 파괴’에 대한 지적은 늘 끊이지 않았다. 맞춤법을 뛰어 넘는 한글 파괴 현상이 크게 확산된 데는 SNS가 기폭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중학교 국어교사인 김한영(29)씨는 “요즘 아이들은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어휘보다 힙합 용어인 ‘스웩(SWAGㆍ약간의 허세, 자유로움, 가벼움 등을 뜻하는 말)’이나 ‘ㄴㄴ(No no ㆍ거절의 표시)’‘노잼(No와 재미가 합쳐진 말로 재미가 없다는 뜻)’과 같은 표현을 훨씬 더 친숙하게 생각한다”며 “어릴 때부터 SNS를 이용하다 보니 맞춤법을 채 익히기 전부터 SNS 언어를 많이 접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SNS 언어의 유행은 장차 SNS 이용자와 비이용자 간 ‘소통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이 막을 수 없는 흐름이듯, SNS 언어의 사용 역시 저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와 관련, 황유선 중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NS의 출현과 언어파괴 현상에 대해 'SNS 언어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대표적 SNS로 자리 잡은 트위터의 경우, 한 번에 게시할 수 있는 메시지의 길이가 140자를 넘지 못한다. 이 같은 제한은 메시지의 핵심 내용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이용자들에게는 전하고 싶은 바를 140자에 압축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음 언어나 축약어를 사용하게 됐고, SNS가 일상 생활과 밀접해지면서 SNS 언어도 함께 현실로 스며들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모티콘이나 짤은 언어적 표현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 면이 있다는 평가다.
SNS 애용자인 대학생 채나연(22)씨는 “단 몇 자만으로 쉽고 분명하게 뜻을 전할 수 있는 말을 그와 대치하는 한글로 길게 쓰라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이제는 SNS 언어를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신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박나연 인턴기자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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