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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게임 체인저

입력
2014.09.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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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시장 경쟁자들은 가격과 품질 등의 경쟁 요소를 다투기에 바쁘다. 운동선수가 규칙 안에서 최상의 기량을 갖추려는 것과 닮았다. 반면 일부 독창적 경쟁자는 기존 시장의 경쟁 구조에 얽매이는 대신 혁신적 아이디어의 상품이나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그에 따른 시장 충격과 판도 변화는 경기규칙을 바꾸어 신종 경기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애플의 스티븐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불리는 이유다.

▦ 게임 체인저의 역할은 시장 판도의 변화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인식과 생활양식, 패러다임의 전환을 부른다면 누구든 무엇이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재편)로 동서 냉전의 틀을 무너뜨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좋은 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처럼 전쟁 양상을 바꾼 신무기, 페니실린이나 바이아그라와 같은 획기적 의약품도 그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대리운전이나 퀵서비스, 노래방 등이 ‘작은’ 게임 체인저다.

▦ 최근에는 미국의 셰일가스를 게임 체인저로 드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제 서울 도심에서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안총기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미국의 셰일가스는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함께 동북아 가스시장의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셰일가스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는 물론 기존 에너지 강국의 영향력까지 흔들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다. 한때 “야구경기로 치면 이제 겨우 1회전”이라는 회의론도 무성했지만, ‘셰일 혁명’은 이미 가시화 단계에 접어든 데다 가속도가 붙고 있다.

▦ 지난해 미국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고, 세계 사상 최고인 연간 생산량의 43%를 셰일가스가 차지했다. 더욱이 2012년 천연가스 가격 폭락을 계기로 미국의 셰일 에너지 개발은 셰일가스에서 셰일오일로 중심축이 이동, 머잖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넘는 최대 산유국이 된다. 미국이 천연가스와 석유시장을 함께 흔들 경우 당장 러시아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값싼 에너지를 활용해 미국이 자동차 철강 등 전통산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복잡한 양상과 파급효과에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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