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법리오해·양형부당 사유" 공심위 4시간 마라톤 회의 결론
발표 늦어져 법무부와 이견설도...검찰 "보고했지만 반대 없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기한 마감(18일)을 하루 앞두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주요 사건에서 무죄가 나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던 종전 태도와는 달리 침묵으로 일관하다 마감에 몰려서야 항소를 결정, 정치적 부담을 드러냈다. 원 전 원장도 국정원법 위반 유죄에 불복해 항소한 만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법정에서 다시 2라운드를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17일 공소심의위원회(이하 공심위)를 열어 4시간여 논의한 끝에 “1심 판결이 일부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항소 방침을 정했다. 공심위 위원장을 맡은 윤웅걸 2차장검사는 “법리오해란 법원이 일부 증거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과 선거법 위반이 무죄라고 판단한 것을 의미하고, 양형부당은 국정원법 위반을 유죄로 보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형이 낮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선거법 무죄와 관련해 “구체적인 댓글과 트윗의 내용이 선거운동이 되는지 실제로 판단을 안 하고 추상적으로 목적성ㆍ능동성ㆍ계획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본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부분을 두고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공심위에서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이유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또 법정에서 다툴 경우 지난 대선의 정당성이 의문시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개입에는 해당하나 선거개입으로 볼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궤변이라는 비판이 워낙 많았던 터라 결국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심위에선 양형부당을 항소 이유로 삼는 데엔 사실상 만장일치였으나, 법리오해에 대해선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심위에는 김동주 공공형사수사부장 등 공안사건 지휘부와 이정회 특별수사팀장(춘천지검 원주지청장) 등 9명이 참석해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법 적용 여부는 기소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던 사안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구체적인 항소 이유나 취지 등은 20일 이내에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항소이유서’에 담길 예정이다. 최대 관심사는 검찰이 당초 유죄 근거로 삼은 선거법 85조(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외에 선거법 86조(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 위반도 추가로 적용할지 여부다.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론으로 하고…”라면서 공소장 변경 시 유죄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그 문제는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진행 상황에 따라 검토 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여전히 원 전 원장 등의 행위가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날 항소 방침을 오후 6시가 돼서야 공식 발표했다. 공심위 회의가 끝난 지 2시간이 지나도록 “내부 결재 중”이라는 이유로 발표가 늦어지자 일각에서는 ‘법무부와 이견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수사 과정에서 선거법 적용을 극구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차장검사는 “항소 방침을 결정해서 법무부에 보고한 것은 맞지만 어떠한 반대 의견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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