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선순위 갖고도 아들 안 뽑아.."서운해 말고 좋은 선수 되길..."
허웅 "동부에서 내 가치 증명할 것"
대어 이승현, 1순위로 오리온스행
‘농구 대통령’ 허재(49) KCC 감독은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 프로농구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장남 허웅(21ㆍ연세대)을 지명할 기회를 잡자 묘한 표정의 웃음을 지었다. 팀에 필요한 포지션은 슈팅가드 자리인데 때마침 해당 포지션의 아들이 두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허 감독은 ‘냉철한’ 판단을 했다. 전체 4순위 지명권으로 허웅이 아닌 고려대 슈터 김지후(22)를 선택했다. 그러자 곧바로 후 순위 지명권을 가진 동부가 허웅을 지목했다. 그렇게 부자지간이 한 팀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는 것은 무산됐다.
허 감독은 드래프트 행사를 마친 뒤 “(김)지후나 (허)웅이나 모두 장단점이 있어서 누가 와도 괜찮았다”며 “다만 지후가 (부상으로 빠진) 김민구의 공백을 더 잘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웅이가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에 있는 것도 좀 그렇지 않느냐”면서 “동부에 가서 좋은 선수가 되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의 품을 지나친 허웅은 “당연히 (호명을) 기대했지만 냉정하신 분”이라며 “지명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기회가 주어지면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또한 “신인상이 목표”라며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내 이름으로 가치를 입증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웅은 3학년임에도 학교의 동의를 얻어 1년 일찍 프로 진출을 선언해 1라운드로 자신의 뜻을 이뤘다. 용산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에 입학해 2012년 대학농구리그 신인상을 수상했고, 돌파력과 슈팅이 돋보인다. 허재-허웅 부자는 내달 11일 시즌 개막전부터 맞대결을 펼친다.
일찌감치 대학 최대어로 평가 받은 고려대 출신 빅맨 이승현(22ㆍ197㎝)은 1순위로 오리온스의 부름을 받았다. 고려대를 대학리그 2년 연속 정상에 올려 놓은 그는 파워 넘치는 플레이와 정교한 외곽슛 능력을 모두 갖췄다. 올 시즌 대학농구리그 성적은 평균 11.3점 5.5리바운드 2.4어시스트이며,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고려대가 전체 1순위 지명 선수를 배출한 것은 2000년 이규섭이 삼성에 지명을 받은 이후 14년만이다. 삼성은 2순위 지명권을 획득해 연세대 센터 김준일(22ㆍ201㎝)을 영입했다.
이날 드래프트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모비스와 LG를 제외한 8개 구단이 12.5%의 확률을 똑같이 나눠 가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39명 가운데 21명이 프로 진출에 성공해 53.8%의 지명률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39명 가운데 22명이 프로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역대 최고 지명률은 2003년의 78.1%(32명 중 25명 지명)였고, 최저 지명률은 2009년의 42.5%(40명 중 17명 지명)였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