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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적도서 재현하는 '영일만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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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적도서 재현하는 '영일만의 기적'

입력
2014.09.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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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크라카타우포스코 건설 / 동남아 첫 일관제철소로 경쟁력 강화

年 300만톤 쇳물 생산 가능 / 5개월 만에 가동률 90%까지 올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찔레곤의 산업단지에 올 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동남아 최대 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의 고로에서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서 연 300만톤의 쇳물을 뽑아 슬라브 150만톤과 조선용 후판 1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찔레곤의 산업단지에 올 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동남아 최대 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의 고로에서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서 연 300만톤의 쇳물을 뽑아 슬라브 150만톤과 조선용 후판 1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 제공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를 이동하니 항구도시 찔레곤(Cilegon)이 나타났다. 자바섬 서쪽 끝에 자리잡은 이 도시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요충지로 최근 인도네시아의 산업메카로 떠오른 크라카타우 단지가 조성돼 있다. 적도의 햇살과 두 대양의 습기를 머금어 후덥지근한 이 곳에서 새로운 상징 시설이 올해 1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스틸(Krakatua Steel)과 7대3의 지분비율로 설립한 크라카타우포스코(PT. KRAKATAU POSCO)가 그 주인공.

30억달러를 투자한 포스코는 30개월 공사 끝에 연간 300만톤을 생산할 수 동남아 최대의 제철소이자 최초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했다. 조용한 해안도시였던 찔레곤은 제철소의 등장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으로 탈바꿈했다. 논과 양어장만 가득했던 388㏊(약 120만평)의 땅이 제철소로 바뀌면서 주변 땅값은 5배 이상 급등했으며 협력업체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제철소가 들어서기 전에는 자카르타에서 차량으로 6시간이 걸렸지만 현재는 고속도로가 건설돼 1시간30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 발전소와 항만, 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가 부근에 있어 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갖췄다. 이만 아리야디(40) 찔레곤 시장은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가장 큰 외국기업”이라며 “포스코의 투자로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지역사회가 확 바뀌었다”고 밝혔다.

크라카타우포스코에 취업한 현지인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반둥공대를 졸업한 후 이 회사 공채1기로 입사한 이르판 아하디안(25)은 “최고의 회사에서 일하게 돼 영광이다. 한국인의 근면함을 본받아 성공신화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철소 벽면 곳곳에는 ‘포스코의 축적된 기술과 인도네시아의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또 다른 성공신화를 창조하리라’와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 회사 직원 2,360명 가운데 90% 이상인 2,180명은 모두 현지인이다.

고로 운영 경험이 전무한 현지인들은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실무교육을 받은 후 귀국했으며, 한국에서 파견된 베테랑 엔지니어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은 물론 기술전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로에서는 현재 연간 300만톤의 쇳물을 뽑아서 철강제품의 원자재가 되는 슬라브 150만톤과 조선용 후판 1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 측은 “크라카타우포스코 설립으로 인도네시아의 철강생산 능력은 일약 43% 증가했으며, 공장 가동 5개월 만에 생산능력의 90% 가까운 주문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생산된 제품의 60~70%는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에서 판매되고 나머지는 인접 국가로 수출된다. 포스코는 원료가격이 하락하고 세계경기의 회복속도가 빨라지면 이르면 내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가 일본 철강업체가 장악하던 동남아에 직접 진출하자 일본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도 심해졌다. 고로까지 갖춘 포스코의 일관제철소가 가동되면서, 자국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해오던 일본업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 간에는 무역관세가 없다는 점도 포스코의 경쟁력을 높였다. 한국의 20분의1 수준인 인도네시아의 1인당 철강 소비량도 성장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제철소 부지에 쌓아둔 철근이 사라지는가 하면 지난 1월에는 준공식을 마친 후 가동에 들어간 고로 하부가 일부 파손돼 1주일 동안 공장이 멈춰서기도 했다. 느긋한 현지인들을 독려해 공기를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았다. 실제 공정대로 공사를 마무리하는 현지회사가 거의 없다 보니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초 계획한 30개월 만에 제철소를 건설한 포스코를 높이 평가했을 정도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두 번이나 공사현장을 방문했을 정도로 관심도 컸다. 민경준 법인장은 “적도 부근에 그것도 당장 철강수요가 크지 않은 지역에 일관제철소를 짓는 것은 모험이었지만 새로운 신화를 만들기 위한 도전”이라며 “포항 영일만의 기적을 이 곳에서 재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스코는 300만톤 설비를 추가해 모두 60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투자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내년 6월까지 크라카타우 측과 협의해 2년 안에 착공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찔레곤(인도네시아)=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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