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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길 위의 이야기] 따뜻한 비관주의

입력
2014.09.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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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 따라 사람을 다소 거칠게 두 부류, 즉 비관주의자와 긍정주의자로 나누어보면 비관주의자는 인간의 선의를 믿지 않는 쪽이고 긍정주의자는 인간의 선의를 믿는 쪽을 가리키는 것 같다. 그것이 양자의 다른 점이다. 인간의 악한 의도와 악한 행동, 도덕적 타락을 비판한다는 측면에서는 비관주의자나 긍정주의자는 다르지 않다. 비관주의자든 긍정주의자든 나쁜 것은 나쁜 것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런데 비관주의자를 자처하는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나는 좀 독특한 비관주의자인 것 같다. 나는 인간의 선의를 잘 믿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다른 비관주의자들과 다르지 않지만, 인간의 악의나 악행 그리고 도덕적 타락에 대해서 다른 비관주의자들과 달리 훨씬 관대한 편이기 때문이다. 관대하다는 말을 좀 바꿔 말하면 나는 인간의 악의, 악행, 도덕적 타락에 대한 이해가 선의에 대한 이해보다 인간의 본질을 설명하는 데 훨씬 수월하고 유효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비관주의자다운 것이겠지만 선의는 보통 위장되거나 왜곡되어 있기 쉽지만 악의나 악행은 있는 그대로의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악한 의도와 악한 행동, 그리고 도덕적 타락에 대해서 관대한 것은 따뜻한 비관주의일까 아니면 긍정주의를 뛰어넘는 또 다른 차원의 긍정주의일까. 어쨌거나 나쁜 것들에게 관대한 시선도 필요하다고 나는 믿고 싶다. 따뜻한 비관주의자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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