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끌어내려던 간담회서 팽팽… 당국 특별법무팀까지 꾸려 대응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조치에 맞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소송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지주 이사회의 회장 해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사회가 해임을 의결할 경우 직을 유지하며 무고함을 증명하려는 임 회장의 법적 투쟁은 ‘실리’를 잃고 이겨봐야 ‘상처뿐인 영광’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회장 해임을 둘러싼 의견 대립으로 내분 양상을 보이면서 KB사태는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속에 갇힌 형국이다.
이사회는 17일 오후 이사 전원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임 회장 해임 여부를 논의했다. 15일 간담회를 열고 “조직안정을 위해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성명을 낸 지 이틀 만이다.
이사들의 회장 해임 합의를 이끌어내려 마련된 이날 간담회는 그러나 첨예한 의견차로 진통을 겪었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 등은 임 회장이 전날 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이사회에 해임안을 상정,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영진ㆍ조재호(이상 서울대 교수) 이사 등은 “회장 해임은 관치금융의 소산”이라며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이 통상 2~3주 뒤 결론이 나오는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본안 소송과 함께 제기한 만큼 법원 결정부터 지켜보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표 대결보다 합의를 통한 안건 처리를 선호해온 이사회 전통이 있다 보니 이사회 개최 일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KB지주 내규상 대표이사(회장) 해임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된다.
당국은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합동으로 특별법무팀을 꾸리고 신속 대응에 나섰다. 당국은 소속 변호사들을 소집해 법원에 임 회장 징계의 정당성을 주장할 답변서를 준비하는 한편, 법무법인 화우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임 회장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법원은 본안소송과 무관하게 직무정지가 해당 회사에 경영상 불이익을 끼치는지 여부만 따져 가처분을 인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관례. 중징계 조치의 정당성과 별개로 임 회장이 일단 자리를 지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당국은 이사회에서 회장 해임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법원 결정 이전에 이사회가 해임을 의결해준다면 가처분신청 자체가 각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국은 아울러 국민카드 정보유출에 연루된 임 회장 추가 제재,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권 등을 내세워 임 회장의 자진사퇴 및 소송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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