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을 모아 1,400억원대의 사설 선물 거래 사이트를 불법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사설 선물 사이트들을 운영하며 거액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총책 이모(54)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종업원 김모(31)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2년 3월부터 국내와 베트남에 사무실을 차린 뒤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 5개를 잇달아 개설했다. 이들은 고액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1,500명 상당의 회원을 모집, 자체 개발한 거래 프로그램(HTS)을 공급한 뒤 코스피200 지수의 등락을 맞히는 주가지수선물거래를 알선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선물 거래시장에선 최소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과 투자액의 10.5%에 달하는 증거금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악용해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최근까지 회원 1,500명을 대상으로 알선한 거래 금액만 1,440억원에 이른다. 수수료 등으로 챙긴 이들의 부당이득은 96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회원에게는 사설 사이트의 손실을 줄이려고 미리 개설한 정상계좌를 빌려주기도 했다.
회원 가운데 주부 이모(48·여)씨는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불법 거래를 했다가 1년 8개월간 무려 13억원을 잃었다. 자영업자 강모(50)씨도 지난해 3월 아내 몰래 2억원을 빌렸다가 모두 날려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 회원들은 대부분 직장인 주부 자영업자 등”이라며 “투자 금액이 많고 상습적으로 사이트를 이용한 사람들에 대해선 추가 수사를 벌여 도박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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