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낮은 드라마 일찌감치 뒷전
새 작품 조기 홍보에만 열중, "결과만 말하는 냉혹한 현실 반영"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는데… 천대 받는 느낌이었어요.”
올해 초 종영한 지상파 방송의 한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A씨가 한 말이다. A씨는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5%가 채 나오지 않는 가운데 쓸쓸하게 퇴장했다. A씨가 서운함을 느낀 것이 저조한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었다. 드라마 종영 한 달 전부터 다음 드라마의 홍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10회 정도의 방송 분량이 남아 있었지만 시청률이 저조하니 방송사도 다음 드라마를 알리는데 집중할 뿐 현재 방송되는 드라마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A씨는 “가뜩이나 시청률이 낮아 출연자와 스태프 등 드라마 팀의 사기가 떨어진 마당에 다음 드라마만 집중적으로 홍보하니 두 번 울게 되더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같은 심경이 배우뿐만은 아니다. 드라마를 연출하는 PD 역시 난처하고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상파의 한 드라마 PD는 “드라마 시청률이 높지 않으면 다음 드라마 홍보를 시작하는데 지금 방송하는 드라마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고 말했다.
방송가에는 드라마 홍보전이 뜨겁다. 지상파 방송만 따져도 평일 오전과 오후, 심야 시간대 드라마가 20여 편에 달한다. 주말에도 10여 편이나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송사와 홍보대행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드라마 홍보에 열을 올린다. 드라마 제작사가 따로 홍보하기도 한다. 그래서 심할 때는 이렇게 세 곳에서 동시 홍보를 하기도 한다. 시청자야 그저 TV 앞에서 드라마를 보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방송가는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하며 시청률에 매달린다.
그러다 보면, 앞서 PD가 지적한 것처럼, 시작도 하지 않은 드라마를 홍보하느라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드라마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추세를 보면 새 드라마는 방송 2개월 전부터 홍보에 들어간다.
이와 관련,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시대물이나 사극은 회당 제작비가 2억원이 넘기도 한다”며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다 일찍 눈도장을 받는 것이 시청률과 연결되므로 홍보 시점이 당겨졌다”고 털어놓았다.
시청률이 저조한 작품은 방송사마저 외면하는 꼴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시청률이 좋지 않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톱스타 B씨는 편성이 확정된 후속작을 해당 방송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바람에 자존심이 크게 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상파의 다른 드라마 PD는 “지상파뿐 아니라 종편, 케이블 채널 등에서 많은 드라마가 쏟아져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드라마 조기 홍보는 시청률이라는 결과로만 얘기하는 방송가의 냉혹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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