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전 총리가 19일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일본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아베 특사와 만나는 것은 지난 7월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모리 전 총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이날 방한해 박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모리 전 총리는 역사 인식 문제로 냉랭해진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정상회담을 조기 실현하자는 아베 총리의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한국측에서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 전 총리는 2001~2009년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지내는 등 한국 정치권과 소통 채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의 의중을 살피는 특사로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 등과 함께 지난해 2월 박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지난 10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만나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2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와 유엔기후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비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나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양국 외교장관들도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모드를 강조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2014 Seoul’ 행사에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 대사와 면담했다. 취임 이후 강경 대일외교를 주도해온 윤 장관이 벳쇼 대사와 개별 회담을 갖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자민당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은 16일 야마나시(山梨)현에서 자신이 이끄는 자민당 파벌 ‘고치카이(宏池會ㆍ일명 기시다파)’ 모임에서 “양자 관계에서 과격한 목소리나 압력을 견뎌가며 선배들은 땀을 흘렸으니 우리도 제대로 노력하자”며 주변국 중시 외교를 강조했다. 앞서 기시다 장관은 12일 한일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며 “고위급 정치 레벨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외교차관급 전략대화도 10월 1일 도쿄에서 개최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인 이번 만남에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빚어지는 한일간 마찰을 해소해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