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실라 의상만 500벌, 서로 바꿔 입는 해프닝도
뮤지컬의 볼거리 중 하나는 배우가 입고 나오는 화려한 의상이다. 각양각색의 의상이 관객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극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연극이 탄생한 이후 미장센(무대나 영화 등에서 연출자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의 한 축이 된 의상은 뮤지컬의 대중화와 함께 그 중요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의상의 위상이 점점 더 커지면서 무대 뒤에서는 의상과의 전쟁이 치러진다. ‘프리실라’의 경우 한 회 500벌의 의상이 투입되는데 25명의 캐릭터는 총 261번 의상을 갈아입고 65번 가발을 바꿔 쓴다. 여기에 모자 200개, 신발 150켤레 등 배우들은 무대 뒤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시간도 없다. ‘위키드’에 드레스 350여벌과 신발 360켤레가 등장하는 등 현대 뮤지컬에서 의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무대 의상이 많은 작품이라 해도 어차피 극은 2시간 40여분 안에 끝내야 한다. 의상 교체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도 없다. 그 때문에 ‘프리실라’에서는 15초 안에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이 경우 옷을 빨리 입고 벗을 수 있게끔 ‘원 버튼’ 형식으로 특수제작을 한다. 옷을 갈아 입는 도중에 마이크, 메이크업, 가발 등을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에 배우 옆에 분장팀, 음향팀, 무대팀의 인력이 따라 붙어야 한다.
워낙 전쟁 같은 시간이다 보니 종종 실수를 하기도 한다. ‘프리실라’ 프리뷰 당시 조성하와 조권이 수영복을 바꿔 입고 나간 것이다. 안현주 의상 슈퍼바이저는 “조성하에게 조권의 수영복이 맞았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조권이 H컵으로 설정된 조성하의 브라캡을 소화했다는 사실도 신기했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모든 공연이 끝난 후 그 많은 의상은 어떻게 처리할까. 뮤지컬계의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 제작사의 의상을 사용한 것은 다시 오리지널 제작사로 반납하고, 한국에서 의상을 만들었으면 다음 공연 때까지 지방의 창고에 보관한다”고 말했다. 제작자와 배우가 다른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 역시 다른 작품을 위해 꾸며질 때도, 의상은 여전히 한 작품만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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