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약 이유로 일반 회원 들여보내
국내 유일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기아코리아오픈이 한창인 가운데 국제대회 격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이 연출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6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 2번 코트에서 복식 본선 1회전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 3번 코트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측에서 운영하는 개인 레슨도 진행 중이었다. 레슨 코치들은 테니스 공이 잔뜩 담긴 쇼핑 카트를 밀면서 경기장 주변을 왔다 갔다 했고, 회원들의 공 치는 소리가 경기를 방해할 정도였다. 대회 주최 측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코치와 회원들은 그제서야 멀찍이 떨어진 9번, 10번 코트로 레슨 무대를 서둘러 옮겼다.
복식 경기를 관람하던 김모(60ㆍ여ㆍ서울 잠실동)씨는 “명색이 국제대회인데 선수들 경기 중에 다른 코트도 아니고 왜 바로 옆에서 레슨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옥에 티다”라고 꼬집었다.
센터코트 경기장 내에도 여러 부대 시설이 있지만 정작 선수들을 위한 편의 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기장 지하에 있던 식당은 아예 없어지고 대신 2012년 8월 문서보관소가 들어서면서 프레스룸을 선수 식당으로 ‘급조’해야 했다. 조리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프레스룸에서 부탄가스에 음식을 조리해 선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또 테니스 코트 13개 가운데 이중 4개는 2012년 이후 보수한 적이 없어 코트 표면이 들뜨고 갈라져 이번 대회에 사용할 수 없었다. 센터코트 옆에 있었던 1번 코트는 올림픽 홀이 건립되면서 아예 ‘지도’에서 사라졌다.
게다가 공단측이 올해 1월부터 3개의 실외 코트에서 레슨을 진행 중이고 코리아오픈이 열리는 9일 동안에도 그대로 레슨을 진행하고 있어 선수들이 대회 기간 중 연습할 코트를 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단 측은 이에 대해“회원들 민원도 우려되고 코치들 생업과 관련된 일이라서 중단하기 어렵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코리아오픈 조직위는 그러나 “적어도 국제대회가 열리는 동안은 선수들이 오직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지혜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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