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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갑 찬 절도 피의자 도주사건 은폐…입막음까지

입력
2014.09.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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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자 찾아가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 입막음

"당사자들 외 몰랐다" 석연치 않은 해명…감찰조사 진행

50대 절도 미수범이 수갑을 찬 채 도주했다가 다른 범행을 저질러 다시 검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처음 이 피의자를 검거한 경찰서 지구대 경찰관들은 상부에 도주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채 피해 신고자를 찾아가 "외부에 (피의자) 도주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며 입막음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광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오후 8시 30분께 경기도 광명시 한 지하1층 유흥주점 업주 A(54·여)씨는 "카운터에 있던 가방을 뒤지는 사람을 붙잡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곧바로 광남지구대 소속 권모 경위와 정모(여) 순경이 순찰차 1대를 타고 현장에 도착, 절도 미수 피의자 김모(53·전과 17범)씨를 검거해 수갑을 채운 뒤 업소 내 방에 가뒀다.

그 뒤 정 순경은 카운터에서 이씨로부터 피해사실을 진술받고, 권 경위는 무전이 터지지 않아 계단으로 올라가 휴대전화로 지구대와 통화를 하던 중 김씨는 수갑을 찬 채 뒷문을 통해 도주했다.

권 경위 등은 인근에 있는 순찰차 1대(경찰관 2명)를 더 불러 1∼2시간가량 주변을 수색했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이들은 지구대장이나 팀장에게 김씨 도주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권 경위는 피해자 A씨를 다시 찾아가 "외부에 김씨가 도주한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며 입막음을 시도했다.

광남지구대 관계자는 "권 경위 등은 비번 때 나와 잠복하면서 김씨를 빨리 검거해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피의자 관리를 소홀하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 경위를 포함, 수색에 투입된 4명은 팀원들에게조차 김씨 도주 사실을 알리지 않아 지구대는 물론 경찰서에서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순찰차가 3대뿐인 이 지구대에서 가장 바쁜 시간대인 오후 9시를 전후해 순찰차 2대가 김씨 수색에 투입된 데다 권 경위는 김씨 검거 직후 지구대와 현장 도착 상황을 보고한 뒤인데도 순찰팀장이나 팀원들이 도주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구대의 다른 경찰관들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등에 대해 현재 감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은폐된 피의자 도주사건은 같은 달 9일 광주 서부서가 또 다른 절도사건 피의자로 김씨를 검거하면서 드러났다.

광주 서부서는 같은 달 5일 오후 2시 40분께 광주 서구 한 의류매장에서 현금 60만원을 훔친 혐의로 9일 오전 11시 50분께 김씨를 검거, 구속했다.

경찰은 손목에 수갑 자국이 선명한 것을 추궁하던 중 '검거된 뒤 도주했다'는 진술을 받아 광명서에 김씨 통보했다.

광명서는 이때까지도 김씨가 도주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는 광명에서 도주한 직후 택시를 타고 전남 장성까지 내려와 쇠톱을 구입, 스스로 수갑을 잘라 강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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